유통개혁법 시행…직거래 허용 민간업자 곡물 선물거래 가능

소농 소득 위협 우려 목소리도

인도에서 농산물 유통시장을 민간에 대폭 개방하는 농산물 유통 개혁법이 시행됐다.

인도 의회는 지난달 농산물 유통에 관한 개혁법안 3개를 통과시켰고,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은 최근 이를 승인해 개혁법의 효력이 발생했다.

개혁법의 핵심은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데 있다. 인도 농민들이 유통업체 등 민간기업과도 직접 농산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인도 농민들이 정부가 지정한 농산물도매시장에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민간업자가 곡물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제도 풀었다. 인도에서는 수익을 목적으로 식량을 비축해두는 것은 개혁법 시행 이전까지 금지돼 있었다.

개혁법은 농산물을 독점 거래하는 도매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 제정됐다.

전국 약 7000개에 달하는 도매시장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농산물 공급을 조작하고, 농민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을 운영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농민들을 대형 민간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피해를 줬고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2022년까지 농민 소득을 2배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농업 경쟁력 제고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혁법이 소농들의 소득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개혁법의 취지와 달리 가격결정권이 민간기업에 주어지면 농민들이 도매시장에서 거래하던 때보다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