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격제 근간 흔들 우려 농민 수만명 도로 점거 시위

‘농가소득 감소’가 갈등 키워

인도에서 ‘농산물 유통 개혁법’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인도 펀자브주·하리아나주·라자스탄주의 농민 수만명은 지난달 26일부터 델리 수도국경지구로 통하는 도로를 점거한 채 이 법에 대한 반대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러 외신은 이 과정에서 최소 25명의 농민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법은 농민들이 정부가 지정한 농산물도매시장에만 농산물을 판매했던 기존의 제도를 바꿔 유통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게 핵심이다. 이 법은 농민들이 지정된 농산물도매시장이 아닌 다른 도매시장에도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유통업체 등 민간기업과의 계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전까지 불법이었던 농산물 비축도 허용했다. 법은 9월 인도 의회를 통과했고, 그 직후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이 승인하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농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개혁법이 ‘최저가격제도(MSP)’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저가격제도는 인도 정부가 농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정하는 농산물가격으로, 정부가 농산물을 수매할 때 이 가격을 적용해 농가소득을 지지한다. 인도 정부는 최저가격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그동안 농민들이 내놓는 농산물을 품질에 상관없이 농산물도매시장이 수매하도록 해왔다.

농민들은 이번 개혁법으로 인해 농산물도매시장에 기반한 수매시스템이 흔들리면 최저가격제도도 사실상 폐지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농산물도매시장의 수매가 줄어들면 정부는 효율성을 따져 수매를 담당하는 도매시장의 수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민들은 운송비용 등을 이유로 거리가 먼 도매시장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정부 주도의 농산물도매시장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농민들은 개혁법으로 인해 자본력이 강한 대형 민간회사가 헐값에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경지면적이 작은 소농들은 민간기업과의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발에 인도 정부는 최저가격제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농민들은 개혁법을 아예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엔 갈수록 줄어드는 농가소득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에서 농업분야는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인도는 농업분야 종사자를 흡수할 다른 분야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 포브스>는 “농촌 인구는 농업을 제외하면 선택할 일자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농촌을 개혁하려는 정부의 어설픈 시도가 이번 농민 시위 사태를 야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