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체 중심 운영 탓‘미흡’
가격급락시‘서킷 브레이커’
‘최저 경락가격제도’도입 제안도

도매시장으로 출하된 농산물의 제값받기로 대표되는 출하농업인의 권익증진과, 출하농업인을 대행하는 도매시장 거래교섭의 주체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이하 도매법인)의 공공성 강화 등 농산물 도매시장(이하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전문가 제언과 농업인단체 및 도매시장 유통인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출하농업인의 권익증진…‘제값받기’

‘도매시장 출하농업인 권익증진 방안’을 발표한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송정환 부원장은 “도매시장은 출하농업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공영도매시장 건설과 시설현대화사업에 국고를 투입하고 있지만, 적정하고 안정된 가격 형성이 미흡하고 시장내 유통주체를 중심으로 도매시장이 운영되면서 출하농업인의 권익증진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부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출하농업인의 권익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나 정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조사나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할 때, ‘제값받기’로 귀결된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 출하농산물의 제값받기를 위한 방안으로 △평가제도 강화 등을 통한 도매법인간 경쟁 유인 △대금정산조직 및 온라인 경매 활성화를 통한 경매참여자 수 확대 △경매사 평가 및 블라인드 경매 등을 통한 경매의 공정성 강화 △품질 등급화를 통한 가격진폭 완화 등을 제안했다. 

송 부원장은 “경락가격이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와 시장내 반입물량에 대해서는 일정 이하 가격으로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최저경락가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도매법인 등에 민원해결을 위한 전담창구로 ‘(가칭)출하농업인권익센터’를 설치하고, 이 실적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제도 개선을 통한 도매법인 공공성 제고”

‘도매법인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충남대학교 김성훈 교수는“도매법인의 공공성 회복 및 확대를 위해서는 △출하농업인의 권익증진을 위한 역할 강화 △도매법인 자체의 공공성 제고 노력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표에서는 출하농민의 권익증진을 위한 세부 방안으로 경매 전과정을 출하자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며, 일정 규모 이하의 출하농산물을 대상으로 상장예외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매법인 자체의 공공성 제고를 위하여 △적정수익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 △위탁수수료율 차등 설정을 위한 협의 △비농업 자본의 도매법인 매수 및 재판매 제한 검토 등이 제안됐다.

또한 도매시장 유통혁신을 위한 평가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하여 부진평가를 받은 도매법인의 지정을 ‘취소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에서 ‘재지정 할 수 없다’는 강행규정으로 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교수는“평가에서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자동적으로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매법인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배타적 권한으로 상당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도매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도매인 매수거래‘편중’…국내산 34% vs 수입농산물 98.7%

‘강서도매시장 시장도매인 운영실적 평가’를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기헌 부장은 “시장도매인의 국내산 농산물 거래가 확대되어야 출하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데, 2019년 매수거래 실적은 34%에 불과하며, 특히 수입산 농산물의 매수거래 비중은 98.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의 주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농업인단체 2곳(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도매시장내 유통인단체 4곳(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학계 및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농업인단체는 도매시장의 공익적 역할 재정립에 공감하면서 일부 지엽적인 문제에서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부총장은 “시장도매인은 (상장거래에 비해) 거래방식이 불투명하고 자기가 선택한 산지와만 거래하기 때문에 예전 위탁상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발생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양정석 사무총장은 “하나의 경매제도만 고집하는 농안법은 문제가 있다”면서“강서시장에서 하는 것처럼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을 혼용해서 경쟁을 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도매시장내 유통인단체들은 출하농업인의 권익증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면서, 서로에 대해서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만 옳고 남은 틀렸다)’ 했다. 도매법인은 “대행조직”을 강조하며 “모든 관점이 출하자 권익 보호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고,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은 공공적인 기관에서 운영해야 한다”면서 ‘중도매인 직접집하’(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매수 또는 위탁하는 행위)를 주장했다. 시장도매인은 “(시장도매인)수취가격 변동성이 낮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면서 “(도매법인) 정가·수의의 가격변동성 완화를 면밀히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가격, 특정한 거래제도에 의해 변하지 않아” 

순천대학교 이춘수 교수는“거래제도 변화가 가격수준을 높이거나 가격변동성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논리”라며 “가격은 수급에 의해 변하는 것이지, 특정한 거래제도에 의해 변하는 것이 아니며, 탐색비용, 협상비용, 감시비용 감정비용 등을 포함하는 거래비용 등과 제도전환에 따른 전환비용 등을 감안할 때 거래제도 변화를 통한 유통비용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성우 박사는“경매제도 하에서의 제값받기는 △반입물량을 제한하거나 △경매 참여자를 확대시키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물량을 제한시키면 경락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경매에서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도 가격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정삼 유통정책과장은 “2013년 도매시장의 서킷브레이커가 논의된 바 있지만, 자칫 서킷브레이커 가격이 기준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도입하지 않았다”,  “도매법인의 과도한 수익을 일부 기금화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익공유제가 논의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하게 되어 있고, 현재 농수산자조금법에서도 유통인들은 자발적인 기금을 출연할 수 있다. 과거 수입농산물의 판매수익에 대한 기금을 적립했던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2월 말까지 전국민 의견수렴과 3월 말까지 공영도매시장 실태조사를 진행한 이후 4월 말에는 공청회 또는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으며, 금년 상반기까지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