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안정 생태계 구축 필요”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 대한 완충은 필수적이지만, 시장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지지는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특히 재배면적 또는 출하조절로 가격 급등락을 해결하려는 정책은 선진국 사례를 통해 실패를 경험했다. 

따라서 농가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시장기능에 의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업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GS&J는 최근 ‘시선집중 286호(농산물가격과 농업경영 안정을 위한 새로운 길)’ 보고서를 통해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 안정방안으로 ‘가격위험완충제도’와 ‘계약거래지원제도’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농산물의 가격불안정을 완충시키는 것이 농정의 중요한 역할로, 가격안정을 위해 시도됐던 수많은 정책(인위적인 공급조절)이 나타났다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 사례를 통해 가격지지와 생산조정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33년 뉴딜정책의 하나로 가격지지정책을 도입하자 생산과잉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해기 위해 작목별 재배면적을 할당하는 등 다양한 생산 및 출하조절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다. EU(유럽연합)는 1960년대부터 주요 곡물 및 유지작물의 가격을 지지하고 과잉생산은 수출보조금으로 대응했지만, UR(우루과이라운드)을 앞두고 1992년 지지가격은 낮추고 인하분을 농가에 지급하는 직접지불제도로 전환했다. 일본은 쌀에 대하여 생산조정과 생산연계 직접지불 등으로 가격불안정에 대응했지만, 정책적 한계로 2018년 결국 폐지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가격위험완충제도’를 제안했다. 가격위험완충제도는 작물별로 보전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을 일정부분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의 추세적인 변화를 반영하면서 단수, 수입, 수요의 일시적인 급변으로 초래되는 가격하락의 충격을 완충하는데 집중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가격위험완충제도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4가지 원칙(△충분한 대상작물과 면적 및 가격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가격보전 △과잉생산을 유발하는 유인 최소화 △작물별 상대가격 반영으로 품목별 생산조정 기능 발휘 △수용가능한 재정소요와 WTO 규범)이 관철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계약거래지원제도’를 함께 제안했다. 대부분의 농가가 판매처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적인 가격예측에 따라 재배면적을 결정하고, 도매시장으로 출하게 때문에 생산과 수요가 불일치한다. 그러나 계약거래는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의 거래위험을 회피하고, 가격변동성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일례로 유럽은 농산물 거래의 대부분이 생산자조직과 대형 구매자 사이의 계약거래로 이루어지며, 미국도 대형 구매자와 산지조직 또는 대규모 농기업과의 계약거래가 일반적이다. 일본은 산지농협과 대형 구매자 또는 도매시장과 대형 중간유통업체와의 계약거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고서는 계약거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산지조직이 계약거래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과 계약거래 이행 촉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계약거래의 문제는 △기상변화 등으로 생산량의 큰 폭 감소 △계약가격 보다 시장가격이 급등할 때 나타난다. 

따라서 산지조직이 계약이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손실을 보전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해야 한다. 

또한 산지조직이 작황부진 등으로 계약물량 확보가 어려울 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물량확보지원사업’과 거래계약 체결 후 시장가격 급등으로 계약거래를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발생한 손실의 일부를 보전하는 ‘가격보전지원사업’의 병행을 제안했다. 

GS&J 인스티튜드 이정환 이사장은 “두 가지 제안은 가격하락에 따른 소득감소 위험을 축소시키고, 수요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재배면적 변동성을 축소시켜 농가경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농산물의 가격위험이 완충되어 경영이 안정되면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