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오 기자
- 승인 2026.07.20 07:00
- 호수 4229
- 2면
2026-07-20 오전 9:06:00출처 :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671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찾아오며 최근 인공지능전환(AX)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AX는 단순히 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혁신 전략이다. 특히 농식품유통업계는 AX를 오랜 세월 지적돼 온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마중물로 삼기 위해 정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디지털 기반 스마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천명하고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농수산물도매시장 효율화, 산지유통 규모화를 핵심으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구조개선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농업 생산부터 유통, 소비, 농촌 생활까지 AI를 접목하는 ‘농업·농촌 인공지능 대전환 전략’ 추진을 발표했다.
이에 본지는 지난 9~10일 NH농협변산수련원에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2026 하계학술대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토대로 농식품유통 분야의 AX 대응 방안과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도매시장 우회거래 확대…“시설현대화 지원 필요해”
이날 김병율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은 ‘DX·AX 시대 농산물 유통 구조 전환 정책과 연구 방향’을 주제발표를 통해 도매시장의 효율화 측면에서 AI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업계에서는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 AI와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가 동시에 발전하는 추세다. 또 유통 분야에서는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 탐색부터 가격 비교, 최종 결제까지 처리하는 에이전트 커머스가 발전하고 있다.
그는 AI를 통해 유통과 산업의 경계가 붕괴되고 온·오프라인이 융합될 것이라고 미래를 예견했다. 브랜드 마케팅이 제품, 고객, 인간 중심에서 AI 중심으로 진화하기까지 10년도 안 걸린 것처럼 농식품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최근 소비시장 트렌드로 △업태·판매채널 다양화·양극화 △AI 기반 에이전트 커머스 온라인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통합마케팅 △유통단계 축소, 물류혁신 등 유통업 생존 경쟁 심화 △유통기업 글로벌화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또 농식품 유통시장에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 비중 확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유통 중심화 △도매시장의 혁신적인 유통구조 변화 요구 등의 미래가 찾아오리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유통시장의 변화에 따라 도매시장을 우회하는 거래가 확대되면서 도매시장이 가장 큰 고난을 겪게 될 것”이라며 “특히 중도매인 기능이 약화되면서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이미 중도매인의 기능을 다른 곳에서 수행하는 사례가 많고 협동조합도 위협받고 있다”라며 “AI가 부상함에 따라 경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도매시장, 대형마트, 직거래, 온라인도매시장의 비중 변화가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이에 김 원장은 AX 시대 농산물 유통업 변화에 따라 △APC의 재고보관물류기지(DC) 육성 △AI·AX 전문가 교육 △통과형 물류기지인 소비지 도매시장을 분산형 DC로 전환 △도매시장 시설과 중도매인 등 유통주체 기능의 다각화 △빠른 산지 품질 판별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 유통시장개방 1단계 전략으로 유통구조 기반을 구축한 지 30여 년이 지나 이제는 다시 시설현대화를 대폭 지원할 때”라며 “유통주체가 협력하고 산지 생산자와 연계할 때 도매시장의 긍정적 기능이 배가되고 가치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DX 지연은 관행 탓, 장기적 안목으로 시스템 구축해야
학회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스에나가 치에 일본 시마네대학 교수는 ‘일본 농산물 도매업자의 유통정보 디지털화 전략’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따라 농산물과 식품유통 분야에서 DX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에 더해 소규모 중도매인은 투자 제약으로 디지털화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는 특히 소규모 중도매인과 농업인이 여전히 전화와 팩스를 사용하는 현실 속에서 정보가 종이 매체로 인해 단절되고 있다고 일본의 현실을 짚었다. 다만 상품이 장기 보존되지 않는 수산물 유통업계에서는 완전 온라인화된 시장도 있어 품목에 따른 디지털화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스에나가 교수는 “DX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용자 편의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에 디지털화 물결이 처음 들어왔을 때 복잡한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은 보급되지 않았지만 출하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라인 메신저를 통해 정보를 수신하면서 입력 부담이 줄었고 현재는 농업인 150명 중 10명이 사용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통해 농산물 입고 예정 수량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돼 소비지와의 판매 교섭이 원활히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스에나가 교수는 “DX가 부분적으로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도입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구두 교섭을 통한 유연한 가격 조정과 지속 가능한 관계성을 위한 전략”이라며 “거래 관행이 DX 진전을 제약하고 있어 정형적이지 않은 거래도 포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기적 안목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X 대응해 신규 품질관리체계·통합물류사업 추진 중
유통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물리적 시장에서 벗어나 도매시장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특히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상물분리와 거점 기반 시설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현유 호남청과 이사는 2024년 기준 온라인 식품 구매의 95.5%가 모바일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 변화에 따라 △도매유통의 전면적인 DX 요구 △공급 안정성 확보 △상물분리를 위한 물량 대량화 △철저한 표준·규격화 △디지털 기반 시스템 처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기존 도매유통 체제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생산과 소비를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상물분리 체계를 완벽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거점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이홍진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과장 역시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한 매수거래 허용 등 DX 관련 제도 개선의 시급성과 함께 정가·수의매매 거래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통 DX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본 사례를 들었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정가·수의매매 시 예외적으로 매수거래를 허용해 주는 등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모바일로 발주를 받거나 실시간 재고 공유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발언에 농식품부 역시 도매시장의 상물분리 거래 방식 실현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상물분리 거래 방식을 실현하려면 온라인 플랫폼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예약형 거래와 온라인 거래를 하나로 연동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현 농식품부 서기관은 “상물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품질과 물류”라며 “이를 위해 디지털 기반 품질관리 체계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 신뢰성 있는 품질관리 체계 완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온라인도매시장과 연계하는 통합물류시범사업도 운영 중”이라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물류센터로 들어오는 상품을 수령하는 즉시 목적지별로 분류해 출고하는 크로스도킹 방식을 구현하고 소비자 중심 상품화를 끌어내 유통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