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도 예외 없이 소비자 물가와 농산물 유통에 대한 문제가 거론됐다. 대표적인 것이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과 거래제도에 대한 부분으로, 물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도매법인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경매중심의 도매시장 가격 결정 시스템을 다양화해야 한다면서 그 대안 중 하나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언급했다.
도매법인과 경매제가 물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은 억지스럽다. 국내 유통하는 청과부류 가운데 도매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53~55% 수준이다. 문제제기 대로라면 나머지 경로로 유통되는 40%가량의 농산물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이것만 놓고 보면 물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에 더 문제가 되는 쪽은 오히려 소매유통이다.
거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도매인제는 이미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운영하는 제도다. 그러면 최소한 강서시장이나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제에서 거래한 농산물은 공급과 가격이 더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품목별 평균 거래가격을 비교하면 가락시장이 강서시장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는 거래제도 때문이 아니라 가락시장으로 상품성이 더 우수한 농산물을 출하하려는 농가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농가 입장에선 가격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시장이 가락시장인 셈이다.
이번 국감에선 ‘이중경매’ 문제로 지방의 물가가 더 비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거래를 마친 농산물을 다른 도매시장으로 재 반입해 거래가 이뤄지는 ‘전송거래’를 의미하는 듯한데, 물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전송거래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산지의 농산물 출하가 대량 거래가 가능한 도매시장으로 집중되자 집하력이 약해진 지방 도매시장에서 구매자가 원하는 농산물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 전송거래다.
이렇게 물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온전히 도매법인과 거래제도에 있다는 주장도, 그러한 논거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올해도 국감장을 채웠다. 수년째 이상기후가 이어지는데도 정부가 생산을 안정화하지 못하고,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을 심도 깊게 들여다 본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물가 상승,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은 1차적으로는 기후변화와 농업인력 감소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있다. 도매시장에 경쟁체계를 도입하고 거래제도를 다양화 한들 유통할 농산물이 부족한 상황에선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도매법인이나 거래제도보다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생산의 문제를 유통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