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어민신문
- 승인 2025.10.31 18:33
- 호수 3725
- 15면
2025-10-31 오후 5:27:00
[한국농어민신문]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량 크게 늘었지만
가락시장 물량도 줄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정밀 조사·진단 선행돼야 유통개혁 가능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임미애 의원이 온라인 도매시장에 대해 던진 질문이 유독 인상 깊었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가락시장 등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실적을 살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물량은 급격히 늘어난 것이 맞는데, 가락시장의 거래물량도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가 늘면 오프라인 거래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게다가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액은 2024년 6000억이 넘었고 올해는 1조를 훌쩍 넘긴다고 한다. 그러나 두 시장의 거래량은 동시에 늘어났다. 이상하지 않은가? 애초에 온라인 도매시장은 오프라인 유통을 대체해 유통단계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온라인 거래량이 늘면 가락시장 물량은 줄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모두 거래량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둘째,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량 중 상당수가 실제 물류와 무관한 ‘행정적 실적 쌓기’라는 주장이다.
첫 번째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최근 2~3년 동안 이상기후와 농촌 고령화 등으로 농산물 작황은 불안정했고, 생산 기반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거래액이 늘 수는 있겠지만, 실제 두 시장의 물량이 증가했기에 첫 번째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두 번째 설명은 현장에서도 자주 들려오는 이야기다. 필자 역시 지난달, 농산물 유통을 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를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처리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랑 거래하는데 왜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하는지를 물었다. 이유는 온라인 도매시장 실적을 쌓아 정부의 금융지원 혜택을 받은 사례를 보고, 자신들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중히 그것은 부정수급행위가 될 수 있음을 설명드렸다.
또한 과거 대형마트에서 농산물 MD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지금의 온라인 도매시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온라인 도매시장 홈페이지 상품 안내 페이지를 보면, 대부분 ‘납품 가능일자: 판매자 문의’라고 적혀 있다. 배송일도 불분명하고, 배송비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 상품 정렬 기준도 등록일순과 가나다순뿐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판매량순, 가격순, 사용자 평가 등 구매자 중심의 기능은 없다. 구매자가 상품을 가다다 순으로 정렬해서 고르고, 납품 일정을 따로 연락해 확인해야 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어떻게 구매자들이 구매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미 민간 부문에서는 훨씬 진화된 온라인 도매 플랫폼들이 운영되고 있다. 농산물을 포함해 공산품, 의류, 식자재까지 다양한 품목이 온라인 도매 거래되고 있으며, 이들 플랫폼은 납품일, 가격, 배송비, 배송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별도 연락 없이도 거래를 완료할 수 있으며, 인기순, 낮은 가격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렇게 되어야 온라인 거래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지금처럼 온라인 거래액만 늘고 오프라인 도매시장 물량은 줄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는 ‘거래량 증가’일 수는 있어도 ‘유통 혁신’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도입 취지였던 오프라인 물류의 축소와 유통비용 절감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농가의 부담은 여전하고 소비자 가격 인하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 당시의 비전은 분명 훌륭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고, 비용을 낮추며,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지금 온라인 거래에서 투명한 정산 구조를 만든 것 등은 큰 성과다. 그러나 지금처럼 오프라인 거래가 줄지 않고, 온라인 거래 물량은 어디서 온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재점검은 필수다. "왜 온라인 거래가 늘어도 오프라인 거래는 줄지 않는가?", "도대체 온라인 거래 물량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정밀한 조사와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농산물 유통 구조의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온라인 유통 시대에 걸맞는 농산물 유통 구조를 우리는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은 국가 안보와도 결부된 것이기에 민간업자에게 주는 것도 부적절하다. 때문에 온라인 도매시장 같은 국가가 직접 관여하는 농산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의 문제가 있어도 농산물의 온라인 유통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고 시급한 문제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고, 실질적인 온라인 유통 혁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여 농가는 더 많은 수익을,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빨리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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