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두현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물류 선진화를 내걸고 추진하는 파렛트 출하 의무화가 도리어 농산물도매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산지와 도매시장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제도가 강행되며 오히려 물류 단계가 늘고 비용이 불어난다는 지적이다.
▶서울농식품공사 강한 의지
서울시 관련 조례 개정안 통과
2028년 채소 128개 품목 적용
과일 50개 품목 2031년까지 계획
서울시의회가 최근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서울시공사가 추진 중인 도매시장 파렛트 출하 의무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당 개정안은 ‘파렛트 적재 출하 촉진을 위해 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등을 대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서울시공사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혼잡도 완화와 현대화사업에 맞춘 물류 개선을 위해 2017년 무·양파·총각무를 시작으로 올해 기준 14개 품목의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공사는 이번 조례를 토대로 2028년까지 가락시장 도매권 2공구(채소1동)에 들어갈 128개 품목, 2031년까지 도매권 3공구(과일동)의 50개 품목을 대상으로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공사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가락시장에서는 파렛트 출하 의무화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서울시공사는 궁극적으로 파렛트 단위 거래가 가능한 ‘완전규격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국내 농업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딸기의 분류가 60여 가지에 이르며, 복숭아는 품종만 십 수종류다. 또한 대부분의 중도매인 역시 자금과 저장시설 등이 부족해 파렛트 단위 구매를 감당하기 어렵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산지 농가와 중도매인의 규모화, 역량 강화가 선행되면 파렛트 출하 및 거래는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산지여건 파악, 의견 수렴부터
강서도매시장 수박 도입 후
외부 선별과정 추가로 비용 증가
“전형적인 탁상행정” 비판 고조
올해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은 성급한 정책 도입이 어떤 혼란을 낳는지 보여주는 실험장이었다. 강서시장의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는 외부 선별 과정 추가를 불러왔다. 이에 임대료·운임·인건비 등 비용이 더 발생하며 일부 시장도매인들은 수박 취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물량이 줄고 물류비용은 상승해 올여름 강서시장의 수박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35%가량 올랐다<본보 2025년 9월 26일자 6면 참조>. 더불어 기존 강서시장에 출하하던 일부 농가는 작목 전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멀쩡하던 수박 수급 체계를 인위적으로 흔들어 놓은 꼴이 됐다.
강서시장의 한 시장도매인은 “기존 수박 유통구조는 40여 년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졌다”며 “이를 한 번에 뒤집어엎은 파렛트 출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강서시장의 도매시장법인 관계자 역시 “도매시장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면 생산자든 소비자든 어느 한쪽은 충분한 편익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파렛트 의무 출하는 어느 쪽의 후생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고 효용성을 따져 물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시공사는 산지 여건을 충분히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필요한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경남 서울시공사 유통물류혁신단장은 “파렛트 출하 의무 품목은 완전규격 출하가 원칙이지만 산지 여건을 헤아려 파렛트에 적재한 모든 표준규격품을 파렛트 출하로 인정하고 있다”며 “파렛트 환적장 운영도 비용과 편익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현재 영세한 생산자를 고려해 출하 농가 순회 수집 지원을 도매법인과 함께하고 있으며 20상자 이하 출하자의 파렛트 의무화 제외 등 산지 여건을 고려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