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은 추석을 2주 앞두고 대목장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채소류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배추, 애호박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시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9월 넷째 주부터 본격적인 추석 대목장에 들어서면서 도매시장의 채소류 거래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소비 부진이 장기화 됐던 탓에 아직은 애호박, 배추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시세는 낮게 형성되고 있다. 배추의 경우 애매하게 내린 비가 배추를 망가뜨리면서 출하량이 줄어든 게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고랭지채소 산지에선 추석 성수기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추석 대목장의 주요 채소류 공급 및 거래 분위기를 살폈다.
추석 수확 앞두고 갑작스런 비 강릉 출하물량 없어 반입 감소 김치공장 수요 늘어 시세 기지개
▲배추 =농가 등 고랭지배추 생산자들에게 올해는 유독 하늘이 원망스러운 해가 되고 있다. 애타게 기다릴 때는 한 방울 내리지 않던 비가 수확을 앞두고 오지 않아야 할 때 내리면서 배추가 순식간에 망가져 버렸다. 고랭지배추 주산지 중에서도 가뭄이 극심했던 강릉지역 피해가 가장 크다. 강릉 안반데기의 경우 배추 재배면적 75% 이상의 수확기를 추석을 앞둔 이번 달에 맞춰 놓고 있었다. 김규현 강릉농협 팀장은 “가물었을 때는 배추 크기는 좀 작지만 출하는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수확을 앞두고 비가 오지 말아야 할 시기에 와버려서 결구된 배추가 싹 녹아내렸다”라며 “이제 강릉 쪽에는 출하할 수 있는 배추가 거의 없다”라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올 여름 가뭄으로 인한 전반적인 배추 품위 저하와 김치공장들의 봄배추 재고 보유, 소비 부진 등이 겹치면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이달 들어 1만원(10kg, 상품) 수준까지 떨어졌던 도매시세가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주산지 비 피해로 시장 반입량이 줄어서인데, 반입량이 600톤 아래인 567톤을 기록했던 지난 23일의 경우 전날보다 5000원 가량 오른 평균 1만8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김치공장들이 산지의 배추 공급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추가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신영주 대관령원예농협 채소사업소장은 “소비가 아직은 작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추석을 앞두고 있어 평상시보다는 김치공장 주문량이 늘었다”라고 언급했다.
도매시장에선 추석 연휴 직전 단대목에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행서 대아청과 부장(경매사)은 “9월 중순까지는 공급은 양호한데 배추 품위가 안 좋고, 소비도 부진해 시세가 낮았다”라며 “추석을 앞두고 산지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성수기 소비 수요는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대목장 시세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고행서 부장은 그러나 “공급량이 줄고 품위가 낮은 배추 비중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강릉 외에 다른 지역 물량이 있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세 워낙 낮아 산지출하 지연 강릉 지역 일부 시장격리 검토 추석 이후에나 오르막 기대
▲무 =추석에 탕국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무는 추석 대목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락시장의 경우 9월 초 최고 700톤대 중반에서 600톤대 후반을 오갔던 반입량이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감소하는 추세로, 22일에도 500톤대 후반인 598톤이 거래됐다. 올 여름 바닥까지 떨어진 시세가 원인.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경매사)은 “올해 생산량은 많은데 고온으로 인한 품위 저하로 워낙 시세가 낮게 형성되다보니 추석을 앞두고도 산지에서 출하를 늦추고 있는 상태”라며 “시장 반입량이 줄었더라도 수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라고 전했다.
가락시장의 이달 무 평균 도매가격(20kg, 상품)은 1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만원대에서 1만4000원대를 오갔던 9월 첫째 주를 제외하면 최근 시세는 9000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추석 직전 2만원 초반에서 최대 2만6000원대까지 형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도매시장에선 추석 단대목에는 시세가 조금 살아날 것으로 보지만 큰 반등은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소비가 뒷받침 되지 않는 게 이유다. 김찬겸 차장은 “무 산지에 비소식이 계속 있는데 작업 여건이 좋지 않아 출하량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성수기인 만큼 시세가 조금은 올라갈 것”이라며 “그러나 추석 소비가 살아나야 할 시기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가격이 오르더라도 현 시세가 워낙 바닥이라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지에서도 대목장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산지에선 오히려 추석 이후에나 시세가 조금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작년에는 배추가 안 좋았어도 무 시세는 괜찮았는데 올해는 무까지 상황이 안 좋다”라며 “현재 강릉 지역 무 일부를 시장격리 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추석 이후에는 시세가 조금이나마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금치 추석 직전 수요로 소폭 반등 애호박 단대목까지 강세 이어갈 듯
▲시금치 =9월 초중순 생산량이 감소해 시세가 상승했던 시금치는 추석 물량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며 시세는 내림세를 보였다. 추석 직전 단대목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시세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락시장의 9월 초중순 시금치 반입량은 하루 평균 10톤 내외로, 시금치(4kg, 상품) 도매가격은 6~7만원대를 유지했다. 이는 6만546원이었던 8월 평균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9월 18일에는 시금치 반입량이 14톤으로 늘어나 평균 도매가격은 4만7669원으로 하락했다. 이후 평균 도매시세는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성현 동화청과 경매사는 “산지에서 추석에 맞춰 재배한 시금치 출하를 시작하면서 전체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 시세가 다소 떨어졌다. 추석 단대목이 가까워지며 구매력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시세는 조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 이후에는 소비 수요도 꺾이고 선선한 날씨에 시금치 생산량이 늘어 당분간 가격이 크게 상승할 여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 살아나면서 상승세 기대
▲대파·쪽파 =대파, 쪽파 등은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도매시세는 다소 낮게 형성돼 있다. 시장에선 추석 단대목의 시세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9월 1~22일 가락시장 대파(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605원, 쪽파(10kg, 상품)는 7만3167원으로 평년 대비 각각 18.3%, 42.7% 하락했다. 도매시세가 평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에 비해 대파는 시장 반입량이 평년과 비슷하고 쪽파는 오히려 9% 정도 감소했다.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이 같은 시세 하락의 원인을 소비 부진에서 찾고 있다. 한민원 대아청과 경매사는 “경기 악화 등으로 외식업체, 식자재마트 등 대형 수요처의 발주량이 감소한 상황이다. 대파, 쪽파의 전체적인 물량도 적진 않아 시세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래도 9월 넷째 주 후반부터는 추석 물량 수요가 늘어나며 소비가 원활해지면 조금이나마 도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근·버섯류 평년가격 밑돌아
▲애호박·당근·버섯 =전통적인 명절 성수품인 애호박은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애호박(20개,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9월 상순 1만7027원, 중순 2만3148원을 기록했다. 이후 9월 22일 평균 가격은 3만1387원으로 이달 들어 처음 3만원대를 돌파했다.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추석 단대목까지 애호박 시세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근은 저장봄당근 재고량과 여름당근 생산량이 작년 대비 크게 늘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작년에 비해 낮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선 저장봄당근 재고량과 여름당근 생산량이 각각 전년 대비 10.6%, 21.5%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9월 1~22일 가락시장의 당근(20kg, 상품) 평균 도매시세는 지난해보다 64.7% 하락한 3만5245원을 기록했다.
버섯류 도매시세 역시 전반적으로 평년 대비 내림세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9월 1~22일 가락시장에서 새송이(2kg, 상품) 가격은 6415원으로 평년보다 16.8% 하락했으며 느타리(2kg 상품)는 1만178원, 생표고(4kg, 상품)는 2만6820원으로 각각 10%가량 하락했다.
김동진 한국청과 상무는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특별히 가격이 급등락하는 품목이 없는 편이다. 경기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산지에서는 명절 대목장에 맞춘 물량의 출하를 늘리고 수요도 기본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전반적으로 약간의 시세 상승은 기대하고 있다”며 “더불어 올해 추석은 연휴가 워낙 길다 보니 그만큼 산지 작업도 지연돼 추석 직후 물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연휴가 끝난 후 작업 상황에 따른 품목별 시세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