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민단체가 운영 주체인 대만, 공권력 개입을 줄인 일본의 농산물 도매시장 제도를 참고하고, 유통환경 변화, 공공성과 효율성 등을 감안해 국내 농산물 거래제도의 개편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한영수)이 지난 12일 국회박물관(구 헌정기념관)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송옥주·윤준병·이원택·이해식·임미애 의원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리황자오 대만 국립중흥대학 교수는 농회(농협)의 역할을 중심으로 ‘대만 농산물 도매시장 현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대만의 농산물 도매시장은 농민단체, 농민단체나 농민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법인, 정부기관이 설립한 법인 등이 운영의 주체다. 또, 도매시장 운영 주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도매시장 관리 수수료율이 1.5~3.9% 수준이다. 리황자오 교수는 “농민조직인 농회가 농산물 생산 및 판매질서 안정에 적극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면서 “유통경로가 다원화되고, 상호 경쟁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생존은 소비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신속하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우지에 기오카즈 츠쿠바대학 교수는 일본 도매시장법의 개정 내용과 평가에 대해 설명했는데, 일본은 현실 상황에 맞게 도매시장과 관련된 제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왔다. 또, 2018년에는 도매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권력 개입을 최소화했는데, 경매 판매 원칙, 위탁집하 원칙, 상물일치 원칙(상품이 시장 내에 존재해야 함) 등 대부분의 유통규제를 완화했다. ‘국가가 신선식품 유통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우지에 기오카즈 교수는 “공공재로서 도매시장 유통제도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면서 “식량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 부문 개입(안정, 투명성)과 규제 완화(효율성)를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농산물 거래제도를 검토하면서 “농안법에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업무영역의 제한을 폐지해 산지와 소비지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매시장법인만 도매시장에 농산물 거래를 상장할 수 있다는 농안법 제2조 제7호의 개정, 중도매인이 일정 물량 이상을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구입토록 한 제27조2의 폐지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한국 농산물 도매시장 발전방안’에 대한 토론에서는 경매제 도매시장과 시장도매인제 도매시장을 같이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엄재성 (사)경북농민사관학교 사무총장은 출하선택권과 판로 확보를 위해 다양한 운영 형태의 도매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환경농산물, 특산물과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한 농산물은 기존 경매제로 안정적으로 거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존 경매제 시장과 경쟁이 가능한 규모의 시장도매인제 도매시장의 육성과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박용만 (사)한국마트협회장 역시 “제대로 된 시장도매인제 시장을 운영해 농민과 중소마트가 사전협상과 계약거래를 하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박은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구조나 시대의 흐름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도매시장의) 경쟁체계를 구축하는 제도개선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하는 정책의 목표이자 과제”고 설명했다.
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