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8 오후 5:35:00
무분별한 양파수입…유통인 ‘국내산 출하 보이콧’
입력 : 2025-08-18 19:15

서울 가락시장 4개 청과도매법인에서 15일 하루 동안 수입 양파 경매가 동시 중단되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국산 양파 유통인들이 수입 양파 경매를 멈추지 않으면 국산을 내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양파 경매는 하루 만에 재개됐고 유통인들은 17일부터 3일간 국산 양파를 출하하지 않으면서 양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매 중단 전말은=공휴일이지만 운영방침상 정상 영업일인 15일, 가락시장에선 외국산 양파 경매가 전격 중단됐다. 앞서 전국양파유통인연합회는 11일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한국청과·동화청과·중앙청과·서울청과에 수입 양파를 취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올 6월 출범한 단체로, 저장창고를 보유한 양파 유통인 50여곳으로 구성돼 있다. 연합회는 이들 도매법인에 보낸 ‘수입 양파 경매 중단 요청’ 공문에서 외국산 양파 경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17일부터 3일간 국산 양파를 보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법인들은 논의 끝에 15일 하루 동안 외국산 양파 경매를 하지 않았다. 자연재해 같은 공급상의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품목의 경매를 다수 법인이 동시에 중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6∼7년 전 하루 정도 수입 양파 경매가 멈춘 적은 있었지만 생산자단체의 집단 항의 방문이 직접적 요인이었다.
◆시세 변동과 국산 출하 동향은=경락값 변동은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국산 시세엔 큰 변화가 없었다. 15일 국산 양파 경락값은 1㎏ 상품 기준 1121원으로, 동일 규격 14·16일 시세(1104원·1105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산 양파는 8월 들어 줄곧 1000∼1100원대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수입 양파 시세는 크게 출렁였다. 1일 이후 중국산 양파는 1㎏ 상품 기준 800∼900원대 시세를 이어왔지만 13일 1006원, 14일 1104원, 16일 1121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국산 양파 취급 거래처를 둔 중도매인들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합회는 수입 양파 경매가 하루 중단된 것은 의미가 없다며 계획대로 동화청과에 국산 양파를 17∼19일 내지 않았다. 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산 양파 경매를 아예 중단하고 정가·수의 매매 등 다른 거래 방식을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외국산 양파에 대한 추가 조치가 없다면 한국청과에까지 출하 중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화청과·한국청과는 가락시장 도매법인 중 외국산 양파 취급량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정부도 긴급하게 움직였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양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17일 가락시장에 정부 비축물량 120t을 전격 출하했다. 당초 해당 물량은 동화청과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연합회 측 항의에 따라 나머지 3개 법인(한국청과·중앙청과·서울청과)에 40t씩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수입 양파 도입에 폭발한 것”=이러한 사태 이면엔 수입 양파가 무분별하게 국내에 도입되는 데 따른 농업계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국산 양파 수급이 불안할 때만 일시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던 외국산 양파가 이제는 소비시장 일부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중국산을 고집하는 수요처가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양파는 중국집 같은 외식업체에서 주로 소비한다. 소비시장이 탄탄해지면서 최근엔 가격 역전 현상도 잦아졌다. 2023년 12월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외국산 양파 시세는 1234원으로 국산(1194원)보다 3.4% 높았다.
정부의 가격안정 일변도의 수급정책이 한몫했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 A씨는 “정부에서 수년째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저율관세할당(TRQ) 양파를 지속해서 도입하다보니 국산을 취급하는 유통인들로서는 상당 기간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들 유통인이 지속가능해야 농민이 생산한 양파를 안정적인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데, 최근 시세 하락 등으로 경제적 기반이 많이 무너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가 유통인을 주축으로 하지만 이들의 단체 행동에 생산자단체가 암묵적 동의를 내비치는 이유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도매법인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시장 관계자 B씨는 “국산 취급 유통인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도매법인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수탁을 거부할 수 없다”며 “법인은 수집뿐만 아니라 적절한 분산을 위해 중도매인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데, 유통인이 국산 출하를 중단하겠다고 나서니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