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6 오후 5:57:00
농산물 포장 ‘친환경 소재 권장’…규제 신호탄 되나
입력 : 2025-08-06 19:20

농산물 포장 때 가급적 친환경 포장재를 쓰도록 하는 정부 지침이 ‘농산물 표준규격’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업계에선 농산물 포장에 대한 환경 규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산지출하조직에선 규제 강화 취지는 이해되나 정부의 비용 지원 없이는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4일 ‘농산물 표준규격’ 고시를 개정해 친환경 포장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친환경 포장’이란 포장재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이 쉬운 재질·구조의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 포장을 말한다.
새 고시엔 친환경 포장에 관한 세부 설계 방법을 ▲포장 디자인 ▲감량 ▲재사용 ▲재활용 4가지로 명시했다. 포장 디자인에선 과대포장과 복합 재질 사용을 지양하고 재활용이 쉬운 단일 재질을 사용하도록 권장됐다. 가급적 인쇄 도수(사용되는 색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도 포함됐다.
재활용을 위한 설계로는 받침접시나 고정·완충재를 제작할 때 재활용이 쉬운 재질을 사용하고 원료 고유색을 살리도록 하는 방식이 권장됐다. 포장에 사용하는 테이프도 펄프와 점착제가 잘 분리되는 제품을 쓰거나 미생물로 수개월 안에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고시엔 사과·배의 맛을 표시할 때 이를 시각화해 표시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당도·산도·경도 등을 표시할 때 브릭스(Brix)나 퍼센트(%)를 숫자로만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알아보기 쉬운 그림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도는 꿀단지, 산도는 레몬 그림 등을 활용하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산지에서는 정부의 고시 개정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산지 관계자 A씨는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데는 공감하나 정부 지원 없이 농가에서 이같은 권장사항을 따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 등 친환경 자재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자재보다 값이 4∼5배 비싸 농가가 이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소비지 판매가격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산지 관계자 B씨는 “포장재나 완충재 등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 이는 결국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