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1 오전 11:27:00
고랭지배추 조기 출하…물량 공백 불가피
입력 : 2025-07-31 16:30

한반도를 강타 중인 폭염에 강원 평창·강릉 고랭지채소밭도 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배추가 녹아내리고 꿀통 현상이 발생하는 등 품위 저하가 속출하고 있다. 산지에선 출하를 5일가량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이달 상반기 물량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봄배추 비축량을 조기 방출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비축량 품위와 향후 날씨가 이달 배추 시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파악된다.

◆해발 700m 고지대마저 끓게 한 폭염…배추 결구 포기하고 출하작업 앞당겨=7월28일 찾은 평창군 용평면의 한 배추밭. 해발 700∼750m의 고지대임에도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오래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곳에서 수십년째 배추를 키우는 농민 A씨는 “올여름에도 이상고온이 이어져 고랭지밭 낮 기온이 30℃에 육박했다”며 “수분 부족으로 배추 잎 끝이 마르고 속에 꿀통이 차는 등 품위 저하가 심각해 올해 아주심기(정식) 면적 14만8760㎡(4만5000평) 중 절반만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출하 작업이 5일 이상 당겨진 것도 올해 특징 중 하나다. A씨는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과거엔 70일 동안 키운 뒤 수확했지만 이제는 65일만 키워도 수확한다”고 말했다. 속이 꽉 들어찰 때까지 키우고 싶어도 낮 기온이 워낙 높아 배추가 금방 물러버릴 위험이 있어 결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종훈 대관령원예농협 산지유통사업소 상무는 “대관령지역 배추밭의 70∼80%에서 잎끝마름·꿀통 현상이 발생해 전부 조기 출하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7월28일 기준 대관령지역 여름배추는 출하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15일 정도는 시장에 공급 공백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비축물량 방출 개시…품위·날씨가 값 형성 ‘변수’=7월30일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 상품 한망(3포기)당 1만8602원에 거래됐다. 전년 7월 평균값(1만485원)보다 77.4%, 평년 7월(9668원) 대비해선 92.4% 높다. 고랭지지역에서 수확작업을 앞당겨 끝내면서 출하 공백이 발생한 여파다.
정부는 7월30일 밤 가락시장을 통해 비축물량 방출을 시작했다. 일일 방출량은 140t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노지채소류 수급안정을 위해 2025년산 봄배추 비축물량을 1만9000t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출하조절시설 물량 8000t과 유통인 출하 약정물량 7000t 등을 더하면 정부 가용물량은 3만5500t이 된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비축 배추가 풀리면 8월 시세는 소폭 조정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예상 시세는 10㎏ 상품 한망당 1만5000∼1만8000원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관건은 비축물량 품위와 향후 날씨”라면서 “비축 봄배추 저장물량 품위가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시세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무는 상대적으로 폭염 피해 덜해…시세는 약세=고랭지채소 중에서 무는 상대적으로 폭염 피해가 덜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창에서 무를 재배하는 유용식씨(64)는 “크게 망가진 물량은 없으나 낮 기온이 지속해 30℃를 웃돌고 가물면 생육이 멈춰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동행한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도 “기존에 한달 정도 출하 작업을 진행했지만 이상고온으로 무 윗부분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작업기간을 3주로 축소해 빠르게 작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무 시세는 약세다. 7월30일 가락시장 무 경락값은 20㎏ 상품 한상자당 1만2044원이다. 전년 7월 평균(1만7748원)보다 32.1%, 평년 7월(1만3795원)에 비해선 12.7% 낮다. 7월 한달간 시세(1만3155원)는 전년·평년보다 25.9%·4.6% 하락했다.
약세 원인은 주요 산지인 전북 고창과 전남 무안 등지에서 6월 중하순 에 내린 비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 출하되면서다. 김 경매사는 “8월로 접어들면서 전북권 물량이 마무리되고, 평창·강릉 등지로 산지가 이동한다”면서 “정부 비축량도 늘고, 김치가공공장에서 저장한 물량도 늘어 지난해 8월처럼 무값이 20㎏ 한상자당 2만원 이상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창·강릉=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