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오 기자
- 승인 2026.07.06 07:00
- 호수 4227
- 7면
2026-07-06 오후 1:07:00출처 :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734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최근 농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고령화, 영농 생산비 급증 등 위기에 처했다. 특히 감소한 청년층 문제는 농업의 근간마저 위협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청년농 유치와 이를 위한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이에 최근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을 개원한 김병율 원장을 만나 산적한 농업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개원했는데 소회가 있다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40년 간 있었다. 연구원을 직접 운영하게 된 것도 연구자로서 계속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현재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농지 문제, 부모 소득, 청년 문제 등이다.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태양광과 관련한 고민도 갖고 있다. 꼭 영농형 태양광만 재생에너지는 아니다. 태양광도 있지만 지열도, 풍력도 있다. 농촌이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꼭 태양광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소속으로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물가, 고용, 금리 등 거시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자문회의 위원은 분야별 전문가 30명 정도로 구성됐다. 특히 농어업 분야 태스크포스(TF)를 홀로 담당하고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고 업무량도 많다.”
주요 논의과제는 어떤 것인가.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취농, 창농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제는 농업도 규모화돼 청년들이 농업 노동자로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 비즈니스화를 강조하는 중이다. 현재의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은 대개 자영업 수준인데 이를 기업 규모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 청년들이 밑바닥에서 아무것도 없이 창농하려면 대략 1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농지제도가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바뀌어야 창농하는 청년들이 기본적인 토지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 농촌에도 도시 산업단지처럼 투자 펀드를 유치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청년농 유치를 위해서는 기업농 육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예를 들어 농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기업형 농업이 대부분으로 농업인들이 다 수직계열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필요하다면 그쪽 방향으로 농업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은 청년 창농 위주로만 정책을 끌고 가니 생태계 조성이 어렵다. 이런 환경에선 오히려 청년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특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지역 청년 문제와 균형 발전 부분이 풀린다.
청년이 귀농해서 농업을 영위하면서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는 일은 결국 가족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를 정책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년이 부모와 함께 농촌에서 생활하면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대가 함께 살아가는 ‘그랜드 패밀리’ 모델이 농촌에 정착하면 지역공동체 회복에 도움될 것이다.”
농산물 유통정책의 핵심은 무엇이며 도매시장과 산지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농산물 유통 문제는 항상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같은 시장 하나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급망의 맥을 살펴봐야 한다.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이 커지고 규모화돼야 시장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는 필요한 물량의 80%를 도매시장에서 가져간다. 일본 양판점은 자국산 생산물의 거의 100%를 국내 도매시장에서 수급한다.
일본은 산지 유통주체의 출하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다.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 단위로 출하하고 농산물 가격 형성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산지에 힘이 있으니 도매시장도 무시하지 못해 농업인에게 유리한 가격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나라 중도매인은 기업이 아니라 자영업자 수준이다. 그러니 대형 유통업체가 굳이 도매시장에서 상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
명색이 도매시장인데 대형 유통업체가 대량으로 살 수 없는 구조다. 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중간상인들이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모아 공급하는데 큰 힘은 갖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파편화돼 거대 교섭력을 가진 주체가 없다. 의견 교환이나 물량 조정을 협동조합이 꽉 잡고 있으면 전부 해결될 문제인데 지금은 자잘한 산지들이 지역별로 경쟁하고 있다. 도매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외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자조금을 손봐야 한다. 현재 자조금 단체는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할 만한 기반이 산지에 닦여 있지 않아 실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심을 잡고 확실하게 지원해 수급조절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축산 자조금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농업 쪽은 기반이 취약하다. 축산 분야는 도축장만 거치면 자조금을 일괄 징수할 수 있는 길이 명확해 제도가 쉽게 정착될 수 있었다. 징수된 예산 규모도 크고 권한도 강해 제도가 안착하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원예 품목은 거출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고 조직의 뿌리도 약하다.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