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0 오후 2:26:00출처 : 농민신문(심재웅, 서효상 기자)

[다중재해 시대] 극한 기상에 널뛴 농산물 시세…기술·전략으로 활로 찾아
입력 : 2026-08-30 14:00

폭염·가뭄·폭우가 거의 동시에 닥치면서 농산물 유통현장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산지출하조직과 도소매시장에선 단기간 극단으로 오가는 날씨에 품위 관리와 판매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한편 스마트팜과 비정형 농산물 상품화 등을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금값’ ‘장바구니 비명’ 같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관행화하면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외국산 수입 확대 같은 성급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더위에도 힘 못 쓴 수박 시세=‘42.5℃’.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국내 최고기온을 새로 쓴 올여름. 열대야 기록도 만만치 않다. 기상청의 ‘최근 폭염 및 열대야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8월24일 전국의 열대야일수는 16.4일로 1994년(16.8일) 이후 역대 2위다.
폭염·열대야는 수박시장엔 호재다. 이재희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 상무는 “전통적으로 수박은 장마 후 열대야가 나타나면 소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수박농가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겉이 익기 전에 속이 먼저 익어버린 ‘피수박’ 발생이 늘었고, 열대야와 함께 강우가 겹치면서 당도가 하락한 탓이다.
실제로 열대야가 극심했던 8월7∼13일 7일간 가락시장 수박 경락값은 1㎏ 상품 기준 2541원이었다. 지난해 8월 평균(2886원)보다 12.0%, 평년 8월(2851원)보다 10.9% 낮다.
가락시장 관계자 A씨는 “천장이 비교적 낮은 수박 시설하우스는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열기가 사우나처럼 내부에 갇히는데 고온이 계속되다보니 수박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망가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B급 농산물 부상=이상기상이 부른 새 트렌드도 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다. 롯데마트는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내일농장 상추·깻잎’을 상품화해 판매 중이다. ‘내일농장 깻잎’은 충남 금산에 있는 5000㎡(1513평) 규모의 스마트팜농가가 생산한다.
업체 측은 올 1월에도 한파가 닥치자 스마트팜 오이 공급을 통해 이상기상에 대응 중임을 부각한 바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팜 채소 운영 물량을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날씨 피해를 본 농산물이 ‘상생’이란 가치 아래 주류 판매장에 공급되는 일도 늘었다. 15∼17일 경남 거제엔 9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상가·도로가 침수되고 농업시설에도 큰 생채기를 남겼다.
농협경제지주는 거제산 ‘거봉’ 포도 할인판매를 9월부터 진행한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해당 지역 산지출하조직과 협의를 거쳐 9월 첫째주부터 주요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거제산 포도를 할인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올해 비정형 참외·수박을 ‘멋대로 참외’ ‘투박한 꿀수박’ 등으로 상품화해 7월까지 모두 744t을 판매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상기상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배·애플망고·복숭아 등을 전략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 낙인 보도 만성화 우려…“결과적으로 식량안보 훼손”=‘올여름 폭염·폭우에 먹거리 물가 경고등’ ‘한여름 아직인데 지갑 터는 금상추’ ‘추석 한달 앞인데 늦더위 배추·시금치 폭등’. 올여름(6∼8월) 일부 언론매체에 소개된 기사 제목이다.
최근 수년간 일시적 공급 공백에 따른 일부 농산물 시세 상승을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는 식으로 몰고가는 언론 행태도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올해를 시작으로 다중재해 시대가 앞으로 본격화하면 이런 시선이 더욱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농업계에서 고개를 든다.
충남의 한 지역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은 “농산물 가격이 낮을 땐 보도가 활발하지 않은데, 시세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자극적인 보도가 줄을 이어 산지로선 야속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재해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건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때 농가가 큰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닌데, 자극적인 보도로 농심을 멍들게 하고, 정부의 섣부른 수입 확대 정책으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관계자 B씨도 “여름철 고온에 약한 엽채류는 일시적으로 생육이 불안정했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금세 안정된다”며 “시세가 바닥을 길 때는 눈길조차 없다가, 값이 조금만 오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례는 ‘외국산 수입 확대→값 하락→생산기반 붕괴’란 악순환을 낳아 장기적으로는 국가 식량안보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심재웅·서효상 기자
출처 : 농민신문(심재웅, 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