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현 기자
- 승인 2026.02.27 17:56
2026-02-27 오전 11:15:00
[한국농어민신문 이두현 기자]

최근 SNS서 ‘봄동 비빔밥’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 푸른 봄동 이파리를 새빨간 양념과 고소한 참기름으로 무치는 강렬한 비주얼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봄동을 구매했고, 이는 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언론에선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여지없이 ‘금값’, ‘폭등’ 등 극단적인 표현이 선택됐다. 관련 취재를 나서니 정작 담당 경매사들은 단기적 이슈에 따른 영향이고 출하도 막바지인 만큼 가격 상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진단했다. 그리고 실제 사흘을 채 가지 못하고 시세는 도로 꺾였다.
요즘 농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한다. 애써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 기쁨보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과 쏟아지는 수입 농산물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고추, 상추 등이 비싸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상황 점검회의 보도자료를 내며 두 품목을 콕 집어 연초 다소 시세가 비싸긴 했으나 최근 생산량이 증가하며 안정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말 고추가 비쌌을까. 지난 1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청양고추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8만9272원이었다. 평년 평균가가 8만1267원이니 10%가량 비싼 셈이다. 다만 시간을 10년 전으로 되돌려 살펴보면 다소 기막힌 수치가 보인다. 2016년 1월 가락시장의 청양고추 평균 도매가격은 10만8904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은 같은 상품을 내고도 오히려 2만원을 덜 받은 것이다.
지난 10년간 최저시급은 6030원에서 1만320원으로 71%, 국가 간 물가 비교에 활용되는 빅맥 가격은 4300원에서 5500원으로 28% 상승했다. 농사에 필수적인 요소비료도 한 포대에 9000원 내외던 것이 이제는 1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10년 동안 인건비, 생활 물가, 자재비 등 모든 게 오르며 농민의 생산비 부담은 날로 심해졌는데, 농산물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30여 년째 1000만원대 늪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참담한 농업소득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농산물을 장바구니물가의 대척점에 세우는 여론과 물가 안정의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 속에서 우리나라 농업, 농촌과 농민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안 오르는 게 없는 세상에서 왜 농민이 흘리는 땀의 가치만 부정돼야 하는가. 농업의 어려움을 외면해 생산 기반이 무너진 뒤에는 아무리 돈을 싸 들고 가도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먹거리를 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두현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이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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