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오전 11:18:00
[사설] 물가와의 전쟁, 이제는 달라져야
입력 : 2025-06-25 00:00
물가당국이 농축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잡기에 나설 모양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가 오히려 하락하고 할당관세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식료품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국내 식료품시장의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고 유통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할당관세를 통한 농산물 수입 확대를 단기적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할당관세가 고물가 해결사가 아니라는 것은 물가당국의 효과 분석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물가당국은 물가 관리를 이유로 할당관세 품목을 늘리면서 1조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농수축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에 비해 5.9%나 높았다. 소비자후생을 기대한 관세지원액이 수입 및 유통업자의 주머니로만 들어간 것이다.
농축산물을 고물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문제다. 5월 기준 생산자물가가 2개월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농산물은 무려 10%나 떨어졌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물가의 주범으로 농축산물을 지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질병과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이 출렁이는 특정 품목을 이유로 할당관세를 확대하면 국내 생산기반만 흔들 우려가 높다.
지난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는 상충하는 카드 남발이 원인이었다. 수급불안으로 특정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면서 가격은 다시 안정세로 전환하는데 물가당국은 할당관세를 늘리면서 할인 쿠폰을 뿌려 소비를 진작시켰다. 그러다보니 할당관세로 수입량은 늘렸는데 물가는 꿈적도 하지 않아 관세는 관세대로, 예산은 예산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모두 손해만 봤다.
따라서 새 정부의 물가 대책은 할당관세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쌀을 비롯한 필수 농축산물은 안정적인 국내 생산기반 구축부터 서둘러야 한다. 생산 안정을 위한 소득안전망을 강화하고 생산 통계를 더욱 정밀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수매와 비축에 적극 나서 가격이 낮을 때는 지지를, 높을 때는 안정을 꾀해야 한다. 모쪼록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증요법이 아닌 확 달라진 새 정부의 물가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