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상현 기자
- 승인 2025.06.05 20:18
- 호수 3687
- 5면
2025-06-05 오전 11:15:00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4월부터 강서시장서 ‘의무화’
시장도매인 집행정지 신청 불구
행정법원 기각, 파렛트 출하
‘궁여지책’ 외부 선별장 운영
벌크 수박 옮겨 담는 단계 추가
장비료·임대료 등 추가 비용에
주택가 인접, 민원발생 우려도
“출하량 늘어나는 6월 더 걱정”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가 강서시장의 물류체계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수박 파렛트 출하를 전면 시행한 것을 놓고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류 혁신이 아니라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물류 퇴보란 것이다. 산지에서 강서시장 외곽까지 산물(벌크)로 운송한 후 외부 선별장에서 파렛트에 적재해 시장 내로 반입하면서 유통단계가 늘고, 비용도 더 들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들과 현장을 가봤다.
#궁여지책으로 선별장 마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4월 1일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파렛트 수박 출하를 의무화했다. 이에 (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는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었다. 짧은 시간 내 다량의 경매를 진행하는 도매법인들과는 다르게 시장도매인들은 출하시간이나 물량처리 방식에 유연성이 있고, 추가적인 물류비용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4월 21일 기각되면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도 수박 반입 시 파렛트화를 하는데, 물류 효율화인지는 의문이다. 산지에서부터 강서시장 인근의 선별작업장까지 여전히 벌크로 출하되고, 이후 수박을 파렛트에 적재해서 시장으로 반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임성찬 회장은 “현재 시장도매인들이 이용하는 외부의 선별작업장이 5곳 정도 운영되고 있다”면서 “벌크로 출하된 수박을 외부 선별작업장에서 파렛트에 적재해 시장에 반입한 후 재작업을 한다”고 전한다.
직접 둘러본 수박선별작업장 2곳은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입구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주택가 이면도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박을 싣고 올라온 화물차가 좁은 골목길에서 장시간 대기하고, 지게차가 쉴 새 없이 오가면서 주민들의 안전위협 및 불편을 유발해, 민원발생의 소지도 충분했다. 또 다른 선별장은 강서시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데, 길목에 붙어 있는 ‘수박선별장’이란 현수막에 의존해 겨우 찾아갈 수 있다.

또, 도로건설현장 인근인데 진입로가 비포장이라서 운송과정에 수박이 파손될 우려가 컸다. 이운직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부회장은 “궁여지책으로 외부에 작업장을 얻은 것”이라면서 “100m 남짓한 거리를 두고 시장 밖 선별은 되고, 시장 내에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것이지 물류효율화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답답해한다. 임성찬 회장 역시 “수박 생산자들이 영세, 고령농이 많고, 지게차를 비롯한 장비가 갖춰지지 않아서 파렛트로 출하할 여건이 안 된다”면서 “그동안 정착된 거래관행을 무시하면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비용은 더 들고, 물류는 퇴보
시장도매인들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는 거래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 양 제도의 차이를 무시하고, 수박 파렛트 출하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가락시장의 경우 협소한 공간과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파렛트 출하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거래공간이 충분한 강서시장까지 수박 파렛트 출하를 강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도매인들의 목소리다.
시장도매인들은 이전까지 ‘산지 → 벌크로 시장이동 및 선별작업 → 소비자’라는 3단계로 수박을 거래해왔는데, 올 4월부터 외부에서 선별하는 작업단계가 늘었다. 얼핏 한 단계만 추가된 것 같지만 실상은 3~4단계가 더 추가됐다. 산지에서 벌크로 올라온 수박을 작업장에 내려놓는 단계, 작업장에 크기별로 선별해 파렛트에 적재하는 단계(이 단계에서 차량기사들이 수박의 무게별 수량을 확인해 출하주에게 사진으로 전송함)가 늘었다.

이어서 지게차로 파렛트를 화물차에 싣는 단계, 적재된 파렛트를 시장 내로 반입하는 단계 등이 추가됐다. 화물칸에 적재할 수 있는 용량이 같더라도 벌크로 출하된 수박을 파렛트로 분류해 시장으로 이적하려면 화물차가 3번을 수송한다. 파렛트 적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서시장 하역노조원들이 외부에 마련된 작업장까지 나와서 선별작업을 하는 것도 불편하다.
특히, 산지에서 물건이 올라오는 대로 소비지에 바로 넘기는 것이 시장도매인들의 거래방식인데, 대부분의 농산물이 상자로 포장돼 파렛트를 활용한다. 다만, 수박은 품목 특성상 벌크 거래가 정착돼 있는데, 시장도매인들의 점포가 비어 있는 낮 시간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임성찬 회장은 “시장도매인제는 거래시간의 제약이 없고, 활용 공간이 충분해 벌크출하를 흡수할 수 있음에도 파렛트 출하를 고집해 유통비용을 올리는 것은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게 없다”면서 “제도의 차이를 무시하고 수박 파렛트 출하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물류 혁신이 아니라 물류 퇴보”라고 강조한다.
유통단계가 늘어난 만큼 비용도 추가된다. 수박 출하 시 비용은 하우스 1동 기준 약 80만원이었다. 1.4톤 화물차에 벌크로 출하할 경우 산지의 출하작업비 20만원, 운반비 40만원, 시장 반입 이후 선별비 20만원 등이다. 그런데, 외부 선별장을 경유하면 작업비 30만원, 하역장비사용 10만원, 파렛트 작업 후 시장에 반입하는 운송비 20만원 등이 추가된다.
화물차가 산지에서 시장도매인 점포로 곧바로 올라올 때는 운반비가 40만원이었지만 외부선별장으로 갈 경우 50만원으로 10만원이 추가된다. 작업장을 찾아가기 힘들고, 대기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따져도 70만원 가량 인상됐는데, 임대비도 들어간다. 외부 선별작업장을 3~4개월 사용하기 위해 연간 2400원 내외의 임대료를 준다. 임대보증금, 작업장에 필요한 에어컨 등 시설비용은 별도다.
이운직 부회장은 “성출하기인 5~8월에만 사용할 작업장은 구하기도 힘들고, 임대료도 2배 이상 요구한다”면서 “1년으로 따질 경우 임대료 2400만원, 시설비용 600만원 등 선별장 운영에만 3000만원이 더 든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1.4톤 트럭에 650개 내외의 수박을 적재하고, 5월말을 기준으로 1통에 1만1000원 정도에 거래되니까 700만원 전후의 수취가격이 나온다”면서 “수수료가 42만원 내외라서 추가경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6월부터가 더 큰 걱정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수박 파렛트 출하가 전면 시행된 4월 1일부터 6월1일까지 강서시장에서 거래된 수박은 4688톤(도매법인 1719톤, 시장도매인 2969톤)이다. 2024년 5637톤(도매법인 1865톤, 시장도매인 3772톤)과 비교하면 거래물량이 16.7% 감소했는데, 시장도매인들의 감소폭이 21.3%로 더 컸다. 이에 대해 임성찬 회장은 “반입물량의 경우 계절적 영향도 있겠지만 수박 파렛트 출하에 따른 영향도 있다”면서 “출하량이 늘어나는 6월부터 여파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박의 수확기간은 ±3일 정도인데, 수확이 1주일 정도 늦어지면 과육이 물러지거나 속이 텅 빈 수박이 될 수 있다. 또, 6월부터 출하되는 수박은 수정 후 30~35일 만에 수확한 것인데 더 빨리 물러진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거래시간이 짧아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시장도매인 점포의 경우 선별노하우를 갖춘 인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서 벌크로 출하된 수박의 하차와 선별작업이 빠르게 진행돼온 것이다.

반면 외부 작업장의 경우 선별노하우가 부족해 물량이 조금만 넘치면 다음날로 작업이 연기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운직 부회장은 “6월 이후에는 현재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고, 거래가격이 더 하락할 경우 수박을 받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생산현장의 우려도 크다. 충남에서 수박을 싣고 왔다는 이모 씨는 “파렛트는 높이가 있어서 작업이 힘든 반면 적재할 수 있는 물량이 절반 밖에 안 되고, 운송과정에 더 많이 파손된다”면서 “인력난이 심각한 농촌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서 수박농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상황을 전한다.
출하주들은 강서시장으로 보내자니 파렛트 작업단계가 추가되고, 다른 곳에 보내자니 취급물량에 한계가 있어 고민된다. 이운직 부회장은 “벌크로 받아주는 안양, 수원 등지로 출하를 유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그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에 한도가 있는 만큼 3~4일 내에 처리하기 어렵고, 갑자기 출하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해 결국 생산자에게도 여파가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성찬 회장은 “정부가 물가안정만 얘기할 게 아니라 수박 파렛트 출하의 실상은 어떠한지, 생산농가나 농산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