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계욱 기자
- 승인 2025.06.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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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매시장 위축 가속화…소매시장으로 전락될 판
시설현대화냐? 이전이냐? 갈림길에 상권마저 내줄 처지
재고형 물류기지로 전환…도매시장간 연대 협력체계 구축
농산물유통의 급속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방농산물도매시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으로 물량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지방도매시장을 위협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도매시장 대부분이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개장한 터라 20년을 훌쩍 넘겨 이전이냐? 시설현대화냐? 림길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개장 당시에는 도심 외곽이었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도심 중심지에 농산물도매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으로 변모해 또다시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방농산물도매시장은 지표상으로 거래물량과 거래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상권이 형성된 도매시장을 강제로 이전해야 하는 것도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지방도매시장 위기 앞으로가 더 문제
지방도매시장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숱하게 제기돼 왔다. 정부, 학계, 유통업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과 함께 대안이 제시돼 왔지만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선 지방 인구 감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비물량이 줄어들면서 거래 물량도 매년 쪼그라들고 있는데다 도매시장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등이 우후죽순으로 포진하면서 지방도매시장의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거래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도매시장의 본기능이 저하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도매기능은 떨어진 반면 소매기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가 활발해지다 보니 중도매인 점포가 경매장으로 침범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지방도매시장의 수집과 분산 기능이 갈수록 떨어지다 보니 도매시장의 주요 역할인 가격 결정이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출하주 입장에서 출하한 농산물의 경매가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수도권 도매시장으로 출하처를 이동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지방도매시장의 위기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집 능력이 떨어진 지방도매시장은 수도권도매시장에서‘전송’거래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도매시장에서 경매를 끝낸 농산물이 지방 도매시장으로 전송되면서 결국 지방 도매시장의 수집기능 저하에 부채질하는 셈이 되고 있다.
피땀으로 일군 상권, 이전으로 헛수고 될 판
지방도매시장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도시화로 인한 ‘이전’논란이다. 지방도매시장이 개장할 당시에는 외곽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새 도심 중심에 위치하게 돼 교통 혼잡 주범으로 몰려 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다 시설노후화 등 갖가지 사유로 도매시장‘이전’은 당연시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이 확정된 도매시장으로는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23년 3월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27만8,000㎡ 부지를 예정지로 결정했고 이전 총 사업비는 4,460억원으로, 오는 2032년 개장이 목표다.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은 전국 3위 거래 규모로의 거점 공영도매시장으로 한강 이남 농수산물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으나 개장된 지 37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물류 동선의 비효율성, 설계 물량 대비 200%에 육박하는 초과거래로 인한 시설부족, 쓰레기 악취 민원 발생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또 청주농산물도매시장도 지난 1988년 흥덕구 봉명동 일원에 문을 열었지만 노후화 등으로 인한 기능저하로 흥덕구 옥산면 오산리 일원으로 이전키로 했다. 총 1,81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농산물도매시장은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이다. 부지면적 14만8,260㎡로, 이곳에는 과일동, 채소동, 수산동, 관리동, 환경동 등 연면적 4만5,733㎡의 유통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 원주, 울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 등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에 따른 상권 붕괴 여파가 상당하다는데 있다. 어렵게 쌓아올린 상권이 이전과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도매인 등 종사자들이 반발이 거센 실정이다.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도매시장이라는 이유로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논리를 당연하게 펼치고 이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면서 “지난 2000년 개장 당시 허화벌판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형성한 상권인데‘혼잡’을 핑계로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 라고 꼬집었다.
유통 전문가들은 무조건 이전을 강행한다고 해서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가 세금이 투입된 공영도매시장이 어떻게 하면 제역할을 다할 수 있겠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화에 떠밀려 또다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심도 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설자 역량강화·지방도매시장 기능 재설정 필요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생산자에게 제값 보장과 안정적인 판로처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싸고 신속하게 공급키 위함이다. 개설자는 이러한 취지를 공감하고 도매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관리 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지방도매시장 개설자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관심도가 떨어져 도매시장 역할과 기능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도매시장 개설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도매시장 노후화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이 산적한 가운데 적기에 시설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지속적인 시설 관리가 당연하지만 재정 상태가 풍족하지 못한 지자체는 도매시장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이전이냐? 시설현대화냐?를 두고 논란만 십수년째 반복하고 있는 도매시장은 갖가지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지방도매시장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규모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존 시설에서 옛 영광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방도매시장간 통합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통채널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규모화는 물론이고 거래물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생존 위기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 는“지방농산물도매시장은 통과형 물류시설에서 재고형 물류시설로 과감히 전환돼야 하며 이를 통해 수급조절 기능뿐만 아니라 경매 등 도매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면서 “광역권 도매시장 활성화와 광역단위 수급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물류효율화를 위해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 블록형 광역도매권역을 설정해 연대 도매시장간 도매물량 조절과 가격형성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광역도매권 간 물량조절 등 협력체계도 구축해 지역 간 수급조정과 물류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국농수산대학 주재창 교수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지방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복합기능형 도매시장 전환 등 중앙도매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면서 “지역특화 농산물 중심의 유통기능 강화를 위한 기지로서 역할과 함께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대표 품목의 유통거점 기지로 도약 등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