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현 기자
- 승인 2025.06.04 18:47
- 호수 4171
- 5면
2025-06-04 오전 10:22:00출처 :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7139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전송거래’는 이미 한 곳의 도매시장에서 거래 완료된 물량을 다른 도매시장으로 보내 다시 거래하는 형태를 말한다. 직관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과정이 더해져 유통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송거래는 시장의 필요로 자연스레 발생한 거래 유형이다.
2023년 기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부류 취급금액은 5조2977억 원으로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총 취급금액 14조8145억 원의 35.7%에 달한다. 여기에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대구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등을 더한 상위 4개 도매시장이 전체의 57.6%로 과반을 넘게 차지하는 등 농산물 도매시장의 출하 편중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지방의 영세한 농산물 도매시장은 필요한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 대형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하는 전송거래가 필요한 것이다. 보통 지방의 중도매인이 필요한 물량이 있는 경우 도매시장법인이 가락시장 등 대형 농산물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에 요청해 필요한 상품을 보유한 중도매인과 매칭하게 된다. 이후 보내는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이 받는 쪽 도매시장에 산지유통인으로 등록하고 정가·수의매매로 출하하는 형태로 전송거래가 이뤄진다.
특히 최근 농산물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물량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일부 도매시장으로의 출하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전송거래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필요성과 일부 이점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전송거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거래 방법은 아니지만 법적인 문제점은 없다. 다만 전송거래에 대해 비효율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고 지금처럼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기 전인 과거에 정보의 비대칭 등을 활용해 시세 차익을 노린 전송거래가 이뤄진 경우가 있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도매시장유통포럼은 지난달 29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강당에서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전송거래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 농산물 도매시장 전송거래의 현황을 살피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다뤄진 내용을 중심으로 국내 농산물 도매시장의 전송거래 실태와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
# 전송거래,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 구색 강화 이바지
전송거래는 출하 물량이 적은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이 다양한 상품을 찾는 소비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책이자 농산물 공급의 분산형태로 수급 안정에도 일부 이바지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홍진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과장은 ‘청과물 도매시장의 전송거래 실태와 전망’ 발표를 통해 농산물 출하는 점차 일부 도매시장으로 집중되는 반면 소비지에선 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상황에서 영세한 도매시장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전송거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송거래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공영도매시장의 청과류 거래물량은 2015년 743만8299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온라인 플랫폼·대형유통업체 성장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38만5673톤으로 2005년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최근 상대적으로 거래물량이 크게 줄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곳은 가락시장과 구리시장 정도로 두 곳을 제외한 도매시장은 지속적으로 출하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농산물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농산물 출하의 수도권 집중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기에 지방의 영세한 도매시장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송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 과장은 최근 소비자들의 식생활 소비 흐름이 다각화됨에 따라 점차 다양한 품종·품목의 농산물에 대한 소비 욕구가 올라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도 소비지의 경향에 맞춰 영업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원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1%가 현재 전송거래를 하고 있으며 그중 55.6%가 매일, 33.3%가 주 3~5회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송거래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응이 44.4%로 줄고 있다(22.2%)의 두 배에 달했다.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로 한차례 간 이후 다시 지방으로 보내지는 전송거래가 유통·물류의 비효율과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절한 분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관점도 내비쳤다.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만큼 산지에서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마다 출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작은 화물차로 여러 곳을 보내게 된다. 이에 비해 가락시장으로 출하할 때는 대형 화물차에 많은 물량을 보내는 만큼 상대적으로 단위 당 물류비용은 저렴하다. 이후 각지의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필요한 물량을 보내는 만큼 가락시장은 과도한 공급을 덜고 지방은 수요에 맞춘 물량 분산으로 오히려 개별 출하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전송거래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으로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우선 전송거래에 한해서 도매시장법인의 제삼자 판매 금지를 허용함으로써 전송거래가 이뤄지는 단계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전송거래는 정가·수의매매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정가·수의매매의 경우 당사자 간 협상 기록 등 개설자에게 제출해야 하는 증빙자료가 많아 부가적인 업무 부담이 심한 만큼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면 더욱 원활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전송거래가 지방의 영세한 농산물 도매시장의 구색을 강화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하지만 불필요한 유통 단계가 부가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며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현재는 판매자로만 등록할 수 있는데 이를 구매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전송거래 과정에서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송거래 효율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실제 농산물 도매유통 현장에 있는 유통인들 역시 현실적으로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전송거래의 역할을 설명하며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찬규 울산중앙청과시장㈜ 대표는 “전송거래가 느는 것은 농산물 도매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방증이며, 공영도매시장의 농산물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하는 등 긍정적이지는 않다”며 “다만 현재 많은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이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전송거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전송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의 도매시장법인이 가락시장에 매참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송거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이 직접 가락시장 등의 중도매인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방 농산물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이 직접 가락시장 중도매인에게서 필요한 상품을 구한 후 본인이 소속된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로 거래한 것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도매시장법인은 실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수수료 등이 발생한다”며 “또한 실제 소속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물건을 구해 전송거래를 할 때에도 중도매인이 원하는 상품의 수준과 종류 등에 착오가 생기는 문제 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이러한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제한적으로 지방의 중도매인이 가락시장 중도매인 등으로부터 직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와 더불어 가락시장을 물류 허브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물류 효율화를 이루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전송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락시장을 허브로 농산물이 전국에 효율적으로 분산될 수 있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개념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며 “이를 통해 농산물 물류 효율을 꾀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편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