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현 기자
- 승인 2025.05.06 06:00
- 호수 4167
- 2면
2025-05-06 오후 3:53:00출처 :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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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위험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이제는 누구나 그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 탄소배출 등과 관련해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실재하는 위험으로 직면하는 상황에서 어떤 산업보다 기상·자연환경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농업의 위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이미 국내 농업의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 그 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전국적인 기온 상승에 따라 농산물의 재배 적지가 점차 북상하며 기존의 품목별 주산지 지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정책톡톡-이제 사과 재배적지는 강원도다!’에 따르면 강원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2000년 289ha에 불과했지만 최근 20년간 연평균 14.3%의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748ha까지 확대돼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5.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의 사과 재배면적 비중은 2000년 64.5%에서 계속 줄어 지난해 57.7%까지 감소했다.
반면 기존 강원 지역이 강세를 보이던 고랭지채소의 장래는 밝지 않다. 고랭지채소의 주산지인 대관령의 평균 기온은 1990년대 11.3도에서 2019~2023년 13.5도로 2.2도 상승했다. 강원도 고랭지 지역의 생산자들은 야간에도 고온이 유지되며 고랭지채소 생산 환경이 나빠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름배추 재배 가능지는 2020년 9만5918ha에서 2030년대 1만5044ha, 2060년대 331ha, 2090년대 3ha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제주 지역은 대한민국의 최남단으로 내륙 지역과 기후, 풍토가 다른 점을 이용해 월동채소에서 강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유진 농촌진흥청 연구사에 따르면 제주 지역은 겨울철 국내 신선 채소의 약 80%가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최근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강수량도 늘어남에 따라 월동채소 재배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공감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생산자 단체와 농산물 유통업계가 힘을 모아 논의의 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는 지난달 28일 제주에서 ‘기후위기 극복 우리농산물지키기 시즌2: 제주농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제주 지역 농업인들과 연구자, 유통인이 함께 모여 기후변화의 영향을 살피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제주 지역 농업이 직면한 기후위기와 다양한 해법에 대해 살펴봤다.
# 기후변화, 생리장애와 함께 가격 경쟁력에도 악영향
기후변화에 따라 제주 지역 농산물은 그간 발생하지 않던 다양한 생리 장애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생산 품목인 월동채소가 내륙 지방에서도 생산되며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지역 연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7도 높았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폭설, 가을철 집중호우 등 통상적인 기후 패턴을 벗어난 극단적인 이상 기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동무는 동해 피해를 보았으며 조생양파는 평년 10% 수준이던 분구율이 30%까지 증가하고 마늘은 벌마늘이 늘어났다.
강태완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채소연구팀장은 “고온이 지속됨에 따라 점차 작물의 파종·정식 시기가 앞당겨지지만 수확 시기는 일정치 않고 불안정해 수급 조절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다양한 기상 재해와 고온 스트레스가 작물의 생육에 악영향을 끼치고 품질도 떨어트려 생산자의 안정적인 소득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사 역시 “제주의 겨울철 한파 일수가 감소하고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과 다른 일교차 변화로 당근 같은 뿌리 작물은 생리 장애와 품질 저하, 생육 지연, 병해충 급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 월동양배추가 생산되는 시기가 점차 전남 지역과 중첩되면서 운임이 추가로 붙을 수밖에 없는 제주 농산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 회장은 “그동안은 매년 2~4월 90일 정도는 제주에서 생산된 양배추가 독점적으로 가락시장에 유통되며 안정적으로 판매됐지만 이제는 2월 상순에서 3월 상순까지 한 달가량만 경쟁 없이 유통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생산량도 줄어 한때 약 2000ha에서 12만 톤가량 생산되던 것이 지금은 1700ha, 9만 톤 정도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같은 기간 전남 무안·해남 등지에서 양배추가 생산되는 데 제주 지역은 가락시장까지 파렛트당 9만 원의 운임이 발생하는 것에 비해 전남 지역은 5만 원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며 “수입안정보험 수가 산정 등에 이러한 내용도 반영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 생산 다변화, 저온 유통 등 변화 필요
이처럼 기후변화가 이미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고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다변화, 유통 시스템 개선 등 이전과 다른 차원의 노력이 강조된다.
우선 생산 환경 자체가 변화하므로 기존에 관행적으로 재배하던 농작물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할 것이 요구된다.
문경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기술위원은 “그간 제주 지역 월동채소는 전국적인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품목으로 소품목 대량생산이 특징이었지만 앞으로는 다품목 소량 생산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무작정 생산하고 공급만 해서 소비되는 시장이 아닌 만큼 농업인도 소비자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산 단계뿐만 아니라 수확 후 관리, 유통 과정에서도 상품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기존과 다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안경아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제주에서 생산된 월동채소는 유통되는 시기가 겨울이었기에 별도의 저온 저장과 유통 과정에서의 냉장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제는 다양한 이상기상으로 중량 손실, 갈변, 저장기간 감소 등 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특히 제주에서 출발해 가락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기까지 30시간 가까이 소요되므로 수확 후 4~6시간 이내에 예냉하고 저온 저장 후 유통 과정에서도 저온 운송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역시 “제주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80~90%는 내륙 지방으로 운송돼 소비되는 만큼 이제는 콜드체인시스템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선진적인 수확 후 관리, 유통을 이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 스스로도 기후변화를 늦추고 이상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방안으로 강조된 것이 친환경농업의 확산으로 농업도 탄소중립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환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은 “친환경농업은 화학 비료와 작물보호제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탄소중립 실천으로 기후변화를 막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며 “특히 청정 제주에서 안전하고 신선하게 재배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호감을 살 뿐만 아니라 과잉 생산을 방지하고 고급화 전략으로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AFL 현장]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난방 없이 키우는 국내산 아열대 작물로 제주 농업 새로운 길 찾아
기후변화가 국내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도 예상하기 어려운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제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이하 온난화연구소)를 설립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에 힘쓰고 있다.
온난화연구소는 기후변화 대응 작물 영향평가, 생산성 예측기술 개발 연구, 기후변화 대응 병충해 영향평가 등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예측함과 더불어 농업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이고자 아열대·특용 작물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전략작목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되는 아열대 과일은 검역 과정에서 온탕침지를 거치거나 냉동으로 수입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현지에서 먹는 것보다 품질이 떨어집니다. 국내에서 제대로 아열대 과일 등을 재배할 수 있다면 신선하게 유통·소비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온난화연구소에서 만난 임찬규 연구사는 현재 재배기술을 연구 중인 다양한 열대작물을 소개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온난화연구소는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 소득을 극대화하고자 별도의 시설 없이 난방을 하지 않고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연구하고 있다.
실제 온난화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노지에서 자라고 있는 올리브나무였다.
온난화연구소는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했으며 해발 500m, 700m 지점에도 시험 포장을 조성해 올리브나무를 재배했다. 그 결과 영하 6도에서 60시간 정도 노출되면 동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제주 지역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곳이면 올리브도 노지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 연구사는 “제주는 특히나 관광산업이 발전한 만큼 올리브 생산 이후 가공과정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올리브 오일은 수입품에 비해 10배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이를 활용한 화장품 등 파생 제품 등도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