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오 기자
- 승인 2026.09.18 18:31
- 호수 4238
- 7면
2026-09-18 오후 3:50:00출처 :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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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생산자 가격결정권 확보
유통 전 과정 투명 안전망 구축
패러다임 전환 필요
미국·일본처럼 수확작업비
농가 생산비로 재분류해야

농산물 생산비 상승과 가격 불안정이 겹쳐 농업인의 경영 부담이 나날이 가중되자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유통주체의 책임론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농업인의 가격결정력이 떨어지는 책임을 유통주체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유통구조 전반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을 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한국식품유통학회, 농협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농업인 농산물 제값 받기 농산물 유통 구조 혁신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 유통주체가 맡은 역할과 기능을 다시 점검하고 농업인의 가격결정력을 높여야 하며 농업인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유통구조 개선 방안이 요구됐다.
단계 축소·폭리 등 단편적 프레임 탈피 필요
이날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통단계를 축소하거나 중간상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나아가 생산자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고 유통 전 과정의 투명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류진호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기존의 유통구조 비판은 다단계 구조와 단계 수에만 치중됐다”며 “문제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가격 결정 과정에서 농업인이 배제된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건비·포장비·선별비 등 수확작업비를 유통비용이 아니라 농가 생산비로 올바르게 재분류해 왜곡된 유통마진율 오해를 걷어내고 산지 조직화를 통한 가격결정권 회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기후와 자연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의 비정형적 특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소비지 할인 지원에 편중된 예산을 생산 현장 지원과 산지 공공비축·수급조절 시스템 고도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중간유통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농산물 유통비용은 주로 소매단계의 감모와 물류비에 기인한다”며 “실거래가를 공개하는 도매시장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공적 도매시장은 수탁거부 금지를 통한 영세농 판로 보장, 출하 당일 결제를 통한 산지 미정산 위험 차단, 중도매인 외상 여신 지원 등 공적 금융·물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는 공적 도매시장이 없는 계란·닭·오리 등 가금류 시장에 미정산 연쇄부실 위험과 공정한 기준가격이 없는 현실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이어 도매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고 계란 등 장외품목을 위한 정산회사를 도입하거나 기존 도매시장법인의 정산·보증 기능 위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일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차이를 모두 과도한 유통비용이나 부당한 유통마진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유통비용 절감 정책은 유통비용의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그 비용이 어떤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유통비용이 일률적으로 과다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각의 유통단계에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비용과 대가가 적정하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라며 “유통개혁의 목표는 유통단계를 기계적으로 줄이거나 소비자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확비는 유통비 아닌 생산비…비용왜곡 바로잡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통비용 구조를 실증 분석한 발표도 진행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농산물 유통비용 구조 문제와 절감을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한 김병율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은 한국의 유통비용률이 2024년 기준 49.2%로 미국(채소 70%·과일 61%), 일본(51.2%), 유럽(60%대) 등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통은 단순한 마진 낭비가 아니라 시간·장소·형태·소유 효용을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김 원장은 “현행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실태조사는 수작업 의존도가 높은 배추·무·대파 등 노지채소와 과채류의 수확작업비를 출하 유통비용에 포함하고 있다”라며 “미국·일본처럼 수확작업비를 농가 생산비로 정상 재분류하면 배추·감자는 10%포인트, 대파는 15%포인트가량 유통마진율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1차 시장가격 결정구조를 혁신하고 유럽 산지경매장의 경매 하한가 제도나 일본의 협동조합 주도형 정가수의매매 방식을 도입해 생산비와 적정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농업인 농산물 제값 받기 : 유통단계가 아닌 가격결정력’ 발표를 통해 문제의 본질은 생산자가 모든 생산 위험을 떠안으면서도 가격 결정 과정에서는 가격 수용자로 머물러 있는 비대칭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강 위원장은 “경매제만 정가·수의매매나 시장도매인제로 바꾼다고 농가 수취가격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특히 소농은 도매시장에서 협상력이 낮으므로 로컬푸드·공공급식·직거래 등 자신에게 유리한 경로를 고를 수 있는 유통 선택권을 보장하는 다원적 유통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