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정리=위계욱·박정완·김은총 기자
- 승인 2026.09.18 15:02
2026-09-18 오전 11:46:00출처 : 농업인신문(위계욱, 박정완, 김은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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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비용 줄이기보다 농산물 제값받기 위한
출하자 ‘가격결정권’·거래환경 구축해야”

무조건 유통단계 줄이기 보다
합리적인 가격·구매 구조 만들어야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기후와 자연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생산량을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렵다. 그런데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농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반면 농업인이 실제로 부담하는 생산비와 경영비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농산물 가격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농산물 유통구조의 문제도 단순히 유통단계가 많다는 데서 찾아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혁신의 목표는 유통단계를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와 조직화를 통해 농업인의 가격교섭력과 가격결정권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유통비용을 계산하는 방식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유통실태 조사에서는 농가가 부담하는 인건비와 포장재비, 선별비 등 수확작업 비용까지 유통비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용을 농가의 실제 경영비와 구분해 본다면 유통마진에 대한 기존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유통마진 논쟁이 농가의 실질적인 생산비 보장 문제를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국내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도 전에 물가안정을 이유로 저가 수입 농산물이 시장에 공급되면 국내 농산물 가격과 농가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입 시기와 물량을 국내 농산물의 수확기와 수급 상황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급정보의 투명성이다. 산지와 수요처, 소비처가 농산물의 생산량과 출하량, 재고, 수입물량 등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해야 생산과 출하, 구매를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정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유통비용을 얼마나 줄였느냐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농업인의 실질적인 수취소득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 방어선이 마련됐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결국 농산물 유통혁신의 핵심은 유통단계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결정권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농업인은 생산비를 보장받으며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인은 제값 받고 소비자는 덜 비싸게”
가격결정·비용·이익 배분 구조 살펴야

‘농업인은 제값 받고, 소비자는 덜 비싸게’라는 목표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농업인이 생산비와 적정소득을 보장받아야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그래야 소비자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산물 유통문제를 단순히‘유통단계가 많다’거나‘유통비용이 높다’는 시각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농산물 가격이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이익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인은 생산에 따른 위험을 대부분 부담하면서도 실제 가격결정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다. 또 산지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은 즉각 내려가지 않는 가격 비대칭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산지가격 변동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그 시차가 재고나 운송 등 불가피한 유통과정 때문인지, 아니면 가격 하락의 반영이 부당하게 지연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도 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인 전 가격을 높인 뒤 정부 지원을 적용해 실제보다 큰 폭으로 할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례가 있다면 국민 세금이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유통업체의 판촉비용을 지원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소비자에게 농축산물 구매쿠폰을 직접 지급하고, 대형마트뿐 아니라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로컬푸드 직매장 등 등록된 판매처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통단계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의 구조개선에도 신중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적절한 품질과 구매단위로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과 저장, 선별, 소포장, 품질관리, 판매 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격정보 공개도 강화해야 한다. 주요 품목의 산지가격과 농가수취가격, 도매가격, 소매가격을 동일한 규격과 단위로 연결해 공개하고, 운송·선별·포장비와 수수료 등 주요 비용과 유통이윤도 가능한 범위에서 구분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산지가격 변동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평균 기간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은 어느 한 유통단계를 없애는 데 목적이 있어서는 안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필요한 유통기능은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그 결과가 소비자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도매시장’, 농산물 제값 받기 대안될 것

농업인이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온라인도매시장을 꼽을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생산자가 희망가격을 제시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유통방식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 거래 품목과 참여 주체가 늘어나면 물류를 효율화하고 농업인의 가격결정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유통비용을 논의하면서 특정 주체만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해당 품목을 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다루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 최근 가격이 오른 애호박 역시 소비자의 부담만 부각하기보다 생산비와 평소 가격 수준, 산지 여건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격 상승이 사실이더라도 농업인이 적정한 대가를 받는 것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발제에서는 수확작업비를 유통비가 아닌 생산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를 모든 품목과 거래방식에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다. 포전거래를 하는 배추 농가는 수확작업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생산비로 일률적으로 산정하면 실제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농가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품목별 생산·출하 방식과 비용 부담 주체를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도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농업인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격이 높은 품목은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고, 가격이 하락한 농산물은 구매를 촉진해 전체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할인 종료 이후에도 해당 품목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쿠폰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은 사용처와 대상 품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행 할인지원사업은 국내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구매쿠폰은 정책 목적과 다른 품목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할인 전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이 낮은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철저히 점검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정부는 도매시장법인이 공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관련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도 향후 유통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
전속출하 기반 가격교섭력 강화…
농업인 중심 가격결정 구조로 전환

지난 2024년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로, 소비자가격 1,000원 가운데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508원, 유통비용은 492원이었다. 단계별로는 출하 9.4%, 도매 14.2%, 소매 25.6%로 소매단계의 비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결국 농업인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유통단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통체계를 효율화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협이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통합유통체계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핵심은 전속출하와 책임판매이다. 산지에서는 품목별 전속출하와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APC를 선별·포장시설을 넘어 생산과 출하, 물류를 연결하는 스마트 공급망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속출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농협과 조합원 간 책임 있는 계약관계가 필요하다. 전속출하와 공동계산, 판매권 위임 등을 명확히 하고 농협이 출하된 농산물의 판매를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양파·마늘 등 수급불안 품목은 농협 간 연합사업을 확대하고 농협경제지주가 전속출하 물량을 우선 인수해 책임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도매유통은 경매와 시장반입 중심에서 사전거래와 직배송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약형 정가수의 거래와 온라인도매시장, 온라인·직거래 등을 확대해 산지와 소비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농업인의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소매단계에서는 하나로마트 계통구매와 소비지 판매망을 강화해 산지 조직화와 소비지 판매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APC 사업비 지원한도를 현재 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확대하고 농협 자부담 비율은 4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 공동선별비 지원예산도 500억~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협이 수급조절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취농협의 수급사업 참여에 따른 손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업수입안정보험과 농산물 가격안정제의 가입·지원 대상에 농협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농을 고려한 스마트농업 지원도 필요하다. 지난 2024년 시설재배 농가 가운데 0.5ha 미만 농가가 82.8%, 1ha 미만 농가가 94.9%에 달하는 만큼 스마트팜 ICT 도입에 따른 농가 자부담을 낮춰 중소농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예약형 정가수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농안기금 지원 규모를 7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해 산지 출하선급금과 출하제비용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농협의 역할은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소매와 온라인 판매망까지 연결해 산지·도매·소매·온라인이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유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적 도매시장 ‘정산 인프라’ 구축하고
계란·닭고기 등도 ‘공적 정산회사’도입해야

도매시장과 도매시장법인의 역할을 단순한‘중간유통’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도매시장은 농가의 판로를 보장하고 출하대금을 안정적으로 정산하며 중도매인의 거래를 뒷받침하는 금융·물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실제 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공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도매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일부 품목이다. 계란·닭고기·오리고기 등은 공적 정산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개인 간 신용에 의존하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거래처 부도나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 생산농가와 영세 유통인이 피해를 직접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가격정보 역시 사각지대가 있다. 도매시장 경매를 거치지 않는 품목은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공적 기준가격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생산자나 유통단체의 고시가격 등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행 농안법의 정산기구 제도를 도매시장 밖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계란 등 공적 정산체계가 취약한 품목의 거래대금을 보증·정산할 수 있는 공적 정산회사를 설립하거나, 주요 도매시장법인이 장외 품목의 정산·보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호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도매시장의 공적 정산 플랫폼을 활용해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안전하게 납품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영세 유통인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용위험을 줄여야 한다.
결국 농산물 유통혁신은 유통단계를 무조건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와 유통인이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결정권을 높이고 거래 과정의 금융·정산 위험을 줄이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매시장도 단순한 경매공간이 아니라 농가의 판로와 대금 정산을 보장하고 거래 유동성과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공적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도매시장 밖의 정산·가격정보 사각지대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농업인은 제값 받고, 소비자는 덜 비싸게’라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유통단계 축소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유통인의 가격결정권 강화, 도매시장의 공적 기능 강화, 장외 품목의 정산 안전망 구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통단계를 몇 단계 줄이느냐 보다
농업인이 시장에서 얼마나 힘을 갖느냐가 중요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 유통구조 개선이라고 하면 ‘유통단계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농가는 낮은 가격을 받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원인이 유통단계가 많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유통단계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농산물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려면 운송·저장·선별·포장·판매·배송 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고 도매와 소매 역시 각각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단계의 숫자가 아니라 각 단계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과 이윤이 발생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유통기능까지 없애기보다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과도한 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의 투명성과 경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역시 수수료 자체를 낮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농업인이 실제로 얼마를 받고 있는지 농산물 가격이 왜 크게 오르내리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업인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산지의 생산구조와 낮은 교섭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농 중심으로 생산이 파편화돼 있다 보니 개별 농가의 출하 규모가 작고 시장에서 유통주체와 협상할 힘도 약하다.
따라서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보다 먼저 산지를 조직화하고 규모화해야 한다. 생산자조직이 물량을 모아 공동출하하고 공동선별·공동포장·공동정산까지 수행한다면 시장에서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단순한 출하창구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거래주체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지에서 출하량과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생산자조직이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출하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이러한 악순환을 완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지 출하조직과 도매시장법인을 연결해 예약출하와 출하조절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특정 품목이 과도하게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사전에 출하물량과 시기를 협의하는 방식이다. 도매시장법인 역시 위탁수수료 논란에 머무르기보다 산지와 시장을 연결하고 가격 급등락을 완화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유통단계를 몇 단계 줄이느냐’가 아니라 ‘농업인이 시장에서 얼마나 힘을 갖느냐’이다. 농산물 유통정책의 중심을 단순한 유통단계 축소에서 벗어나 생산자의 교섭력 강화, 산지 조직화, 출하량 조절체계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통비용 줄여도 농가 수취가격에 반영 안돼
농산물 제값 받는 거래환경 구축 정책 우선돼야

농업인의 실질적인 수취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통단계를 줄이기 보다 생산자의 가격결정권과 거래 선택권, 그리고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농업인은 생산비 상승과 기상재해, 병해충, 수급 변동 등 생산 위험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반면 생산 이후의 거래과정에서는 가격과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따라서 농산물 유통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유통단계의 과다’라기보다 생산자의 낮은 교섭력과 가격결정권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를 모두 과도한 유통비용이나 부당한 유통마진으로 보는 접근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운송·저장·선별·포장·감모·배송 등 다양한 유통기능이 필요하다. 소비자 역시 가격만이 아니라 품질, 신선도, 편리성, 배송속도, 안전성과 신뢰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단순한 격차가 아니라 그 격차가 어떤 유통기능과 서비스에서 발생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필요한 유통서비스까지 일률적으로 줄인다면 소비자 편익은 물론 농산물의 품질과 상품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농업인의 목표와 소비자의 목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비와 적정 소득을 보장받으면서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수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인에게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한 부담을 요구하기보다는 농업인이 자신의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거래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통정책의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의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생산자조직의 공동출하와 공동계산을 확대하고, 계약재배와 예약거래 등 사전에 가격과 물량을 협의할 수 있는 거래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유통경로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기보다 농업인이 각 거래경로의 가격과 비용, 거래조건을 비교해 자신의 생산 여건에 맞는 판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비용 절감도 ‘무조건적인 축소’가 아니라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필요한 유통기능은 유지하되 경쟁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과 부당한 이윤을 줄여야 한다. 특히 유통비용을 줄인다고 해서 그 절감분이 자동으로 농가 수취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농가소득의 연결고리를 함께 살펴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앞으로의 농산물 유통개혁은 ‘유통단계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농업인의 가격결정권과 거래 선택권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현실이 녹록지 않다. 소비자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값싸고 편리한 상품을 선호하는 한편 품질이 좋고 안전하며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농산물 역시 ‘가격파괴’와 값싼 외국 농축산물, 복합 대형유통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식품첨가제와 GMO 농산물, 각종 식품 안전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저렴한 가격’과 농업인이 감당해야 하는 생산비 사이의 간극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농산물을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농업인 입장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에 상응하는 가격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지속적인 영농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산물 제값 받기의 출발점은 농산물 가격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농산물이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발생하는 비용 구조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기상과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고 생산과 소비가 항상 일치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결국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산지유통정책 역시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농업인에게 무조건 높은 가격을 보장하자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인이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농업인의 ‘제값 받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생산자가 가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고 생산비와 품질, 시장 상황 등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동시에 불필요한 유통비용은 줄이고 효율적인 물류와 산지유통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 상승도 최소화해야 한다.
결국 농산물 제값받기는 농업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이 부담시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 가격이 형성되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점검하고 불합리한 비용과 구조를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유통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유통단계를 줄이거나 중간 비용을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농가소득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출하·도매·소매단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각 비용과 이윤이 발생하며 단계별 유통주체도 상이하다. 출하단계에는 농가와 생산자조직, 산지유통인, 도매법인 등이, 도매단계에는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벤더·중간납품상 등이, 소매단계에는 대형유통업체와 슈퍼·식료품점·재래시장 소매상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계별 비용 발생 구조와 주체를 명확히 파악하고 어느 단계에서 어떤 비용을 줄일 것인지부터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출하단계에서 농가의 거래교섭력을 높이는 일이다. 산지의 핵심 출하주체인 협동조합과 도매법인이 생산자를 대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출하자를 위한 시장가격 형성이 가능하다. 결국 개별 농가가 각각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협 등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공동출하와 판매창구를 집중해 규모화된 거래교섭력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결정 방식의 개선도 요구된다. 농산물의 1차 시장가격이 이후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이 단계에서 농가의 생산비와 적정수익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와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농가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체계가 정착된 만큼 도매시장 가격결정 과정에서 생산자조직의 공동출하 물량을 기반으로 생산비와 적정수익을 고려한 가격 형성이 가능토록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산지 단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통한 공동선별·공동포장과 공동출하·공동계산을 확대하고 출하 농협과 연합판매조직 등이 규모화된 판매주체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도매시장 역시 개별 농가 단위 물량과 생산자조직의 대량 공동출하 물량을 구분해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농산물 유통개선의 성패는 ‘유통비용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그 절감 효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출처 : 농업인신문(위계욱, 박정완, 김은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