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진 기자
- 승인 2025.03.28 19:00
- 호수 3669
- 1면
2025-03-28 오후 4:44:00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환경부 ‘조건부 적합’ 반면
농진청은 ‘적합’ 판정 도마
“원점서 재심사” 목소리 고조
미국 심플로트의 ‘번식 가능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한 농촌진흥청의 최근 심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 위해성 협의 심사에서 환경부는 ‘조건부 적합’을 내놓은 데 반해 농진청은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다. 특히 2016년 농진청이 LMO 감자 ‘SPS-E12’에 대해선 조건부 적합 판정을 했던 만큼 이번엔 미국 통상압력에 전략적 판단으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진청은 지난달 21일 미국의 감자 생산업체인 심플로트가 개발한 ‘SPS-Y9’ 감자의 환경 위해성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SPS-Y9은 해양수산부 산하 수산과학원(2018년)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2020년)에 이어 농진청까지 수입 승인 절차를 완료해,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체 안전성 심사만 통과하면 국내 상륙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끝마친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농진청 절차가 미흡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심의결과를 보면, 생태원은 SPS-Y9 감자에 대해 “생장이 불가능한 상태로 수입되는 경우”로 조건부 적합 판정을 내렸다. 반면 농진청은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국내 작물재배환경에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입 적합 결과를 내놨다. LMO는 ‘살아 있어 생식‧번식이 가능한’ 유전자 변형체지만, 환경부와 농진청 간 비교되는 심사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에 수입금지식물 중 미국산 감자의 수입금지 제외 기준으로 ‘발아억제제’를 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를 준수해야 하고 LMO 감자가 비의도적으로 유출되더라도 국내 환경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별도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식품용으로 승인받은 LMO감자를 만에 하나 재배용으로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발아억제제 처리에도 발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감자 전문 SCI 저널에 따르면 발아억제제 처리 결과 높은 습도 환경에서 감자 발아율은 0.8~3.1%로 나타났다.
2016년 ‘조건부 적합’ 판정 후
올해 적합으로 입장 선회
미 통상압박 ‘선물용’ 의혹도
더욱이 SPS-Y9에 앞서 심플로트가 2016년 국내로 수입 신청한 ‘SPS-E12’ LMO 감자에 대한 농진청 심의 결과를 보면 의구심을 더한다. 농진청은 같은 해 9월 심사결과를 냈는데, “가공 감자를 수출한다는 전제”를 달며 조건부 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같은 심플로트의 LMO감자를 두고 2016년 9월엔 조건부 적합, 2025년 2월엔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철강‧자동차 등 관세 대응에 나서기 위한 ‘선물’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교롭게 2018년부터 중단됐던 SPS-Y9 LMO 감자에 대한 수입 승인과 그동안 금지됐던 미국 11개 주에서 생산되는 일반 감자에 대한 검역 절차가 올 2월 들어 진행돼서다. 안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2월26~28일 미국을 방문했다.
또한 정부가 감자를 협상 카드로 삼기 위해 쉬쉬했다는 점도 언급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관이 3월 둘째 주 ‘미국 신행정부 출범 농업분야 동향 및 대응’ 보고를 위해 국회에 방문했지만, 감자와 관련한 통상 문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완화’와 ‘블루베리와 체리 등 과채류에 대한 수입허용절차 신속 추진 및 개방 요청’을 현안으로 꼽았다”며 “이들과 LMO 문제는 지난해부터 NTE(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지목된 비관세장벽인데, 의도적으로 뭉갠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농진청의 SPS-Y9 심사 결과에 대해 의혹이 커지면서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전남도는 25일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벗(FOE)’이 2008년 발표한 LMO 작물의 사용은 농약과 제초제 사용량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 △2018년 미승인 LMO 유채종자 방출로 생태계 교란이 현재까지 우려되는 점 △2023년 LMO 종자로 개발한 주키니호박 품종이 8년간 무단 생산·유통된 사례 등을 제시했다.
송 의원은 “덩이줄기 등으로 번식이 가능해 생육과 번식이 왕성한 감자 특성을 잘 아는 농진청이 LMO감자 SPS-Y9의 작물재배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 적합 판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SPS-E12의 경우 가공용에 한정해 적합하다는 심의 결과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가 SPS-Y9의 자연생태계 환경위해성 평가에서 발아할 수 없는 가공용으로 제한해서 조건부적합 심의 결과서를 제출한 만큼 농진청도 지난 2월말 식약처에 제출한 심의 결과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