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6 오후 5:41:00
여야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서둘러라”
입력 : 2024-10-26 10:50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울리는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과 높은 농산물 가격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복잡한 유통구조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식량안보 시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멍 뚫린 수급관리·유통구조 개선 필요=농식품부가 수급 대책으로 농산물 수입 카드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2023∼2024년 호박은 60% 하락, 시금치는 307% 폭등하는 등 농산물 가격 진폭이 심하지만, 농식품부는 ‘물가관리부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가에 집중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농산물을 무리하게 수입해 생산기반 축소, 농가부채 심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은 “주요 유통사의 영업 이익률이 5% 미만인 데 견줘 서울 가락시장 5곳 도매법인은 평균 20% 수준”이라며 농산물 가격이 비싼 배경에 도매법인 담합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도 “최근 배추 도매가격은 많이 내려가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소매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 체감도가 낮다”며 “유통단계에서의 마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유통구조 문제가 국감장에 단골로 오르는 점을 두고 “농식품부는 지난해 1월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 도매법인이 공공성 평가에서 3년 연속 미흡한 성과를 거두면 재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법 개정을 못했다”며 “내년에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 수급불안은 일조량 부족, 긴 폭염 등에 기인한 바”라며 “보다 근본적인 수급안정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매법인간 경쟁, 유통창구 다각화를 위한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모두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해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량안보 ‘최하위’…농지 보전해야=식량안보에 정부가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문대림 민주당 의원(제주갑)은 “2022년 우리나라 식량안보지수는 전세계 113개국 중 3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국내 기업이 확보한 해외곡물망을 통한 곡물 수입 비중을 2027년 18%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기준 0% 수준에 그친다”고 질타했다.
식량안보 대응이 주변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일본은 2024년 ‘식량공급 곤란사태 대책법’을 제정했고 중국은 자급률이 하락하자 식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식량보장법’을 도입했다”면서 “우리는 (식량안보 관련) 비축·수입·국제협력 등 주요사항이 여러 법률과 지침에 산재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양곡관리법’ ‘농안법’ 등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안보 관점에서 농지 보전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은 “(전년 대비) 농지 감소면적을 0.5%로 막겠다는 약속과 달리 실제 1% 감소하는 등 정부가 농지 보전에 관심이 없다”면서 “농식품부가 2022년 보도자료를 통해 2027년까지 농지 150만㏊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구상이 유효하냐”고 추궁했다.
다만 농업생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지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은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에 영농자재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고, 송 장관은 “내년 1월3일자로 시행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비조합원 사업이용량 규제 완화 주문도=‘영농정착 지원사업’ 중심의 청년농 정책을 점검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많은 예산에 쓰이는데 청년농수는 정체됐다”면서 “일본의 ‘디지털전원도시 국가구상’처럼 청년의 농촌 거주에 중요한 행정·의료·교육·생활 서비스 등의 전반적 개선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 현장에서 농기계 의존도가 높아지지만 농정당국이 안전관리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농기계 사고 통계가 빠르게 집계되지 않고, 농가가 농기계 각각에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동일증권 방식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때 특약으로 농기계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농협에는 비조합원 사업 이용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지역 농·축협 정관례에 따르면 비조합원 사업 이용량은 “사업별 당해 회계연도 사업량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규제는 여·수신과 같은 신용사업에도 적용된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농촌인구 급감과 고령화, 코로나19까지 겹쳐 지역 농·축협의 수익구조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조합원 사업 이용량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박덕흠 의원도 “농·축협은 신용사업에서 번 돈으로 일반사업의 손해를 충당하는 구조”라면서 “정관 개정 등에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양석훈·지유리·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