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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민 희생·농업계 피해, 왜 당연시하나

  • 2024-11-22 오후 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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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농어민신문(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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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기자수첩] 농민 희생·농업계 피해, 왜 당연시하나

  •  고성진 기자
  •  
  •  승인 2024.11.22 17:19
  •  
  •  호수 3636
  •  
  •  15면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콜롬비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전, 피해 영향평가 분석 결과 화훼 분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콜롬비아산 장미 수입량은 FTA 발효 이후 7~8년 만에 30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 FTA 이후 베트남산 국화 수입량도 60배나 늘었다. 정부를 믿었는데, 예측 실패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11월 초 국회에서 열린 화훼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한 생산자단체 대표가 한 말이다. 한·에콰도르 SECA(전략적경제협력협정) 체결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피해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던 그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피해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발표에 믿음이 안 간다. 이제는 안 속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얘기를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산업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농촌과 농업이 강요받는 희생은 당연한 것처럼, 대세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공식화’된 지 꽤 됐다. 한·중FTA 비준 당시 논의된 ‘무역이득공유제’는 결국엔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으로 후퇴했고, 조성 완료 시한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목표액(1조원)의 25% 수준에 그쳐 초라한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추진으로 농촌 환경 파괴 논란을 낳았던 태양광·풍력 시설 개발 문제도 그렇다. 사모펀드와 민간 거대 자본이 눈독을 들이는 산업폐기물 매립장도 농촌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난립 중이다. 수도권 도시민과 주력 산업의 필요에 따른 희생양을 농촌과 농업, 지방에서 찾아왔다. 국정 현안으로 떠오른 ‘지역소멸’ 문제는 어쩌면 이런 행태의 결과일지 모른다.

안타까운 점은 농업·농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이런 인식들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 효율화’라는 이유로 파렛트 포장 출하가 힘든 소농에게 파렛트 출하 의무를 지우고 있는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정책 방향은 출하자인 농민이 아니라 시장 내 하역원들의 편의, 성과주의적 행정 중심에 더 쏠려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새 제도를 시행하면 결국 산지도 따라오게 돼 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산지 피해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이다.

국내 최대 공영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장일(경매일) 감축 운영 시범사업, 소위 ‘주5일제’ 2차 시범사업도 마찬가지다. 시장 중도매인과 하역원들의 인력난 심화로 도매시장 기능이 약화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도매시장 휴업일을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도매시장의 지속가능성 위협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가락시장 주5일제’는 중장기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마치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도 되는 것처럼 추진 과정에서 예견되는 피해와 불편, 희생을 산지에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앞선 화훼 토론회에서 참석한 농가들의 표정처럼, 피해 대책 없는 사업 추진은 지속되는 산지 반발과 행정 불신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속 물가 불안 우려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출하자 동의를 바탕으로 출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추진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전달하며 제동을 건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다 책임감 있는 출하 피해 대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고성진 유통팀 기자




출처 한국농어민신문(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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