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어민신문
- 승인 2024.11.22 17:19
- 호수 3636
- 15면
2024-11-22 오후 3:07:00
[한국농어민신문]
적극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 기대
농업분야 체계적 AI 교육 강화하고
기업 인력감축 활용 기회 만들어야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요즘 AI로 인해 고민이 많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인 ChatGPT가 처음 선보인 것은 불과 2년 전, 2022년 11월이다. 당시만 해도 AI가 업무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AI로 인한 변화의 속도는 무섭게 빨랐다. 지금,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직면해 있다. AI로 인한 지금의 새로운 세상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작년에 국내 5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에 마케팅 분야로 취업한 한 상명대 졸업생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업무가 너무 많아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의 업무를 살펴보니, 언뜻 보아서는 평범한 브랜드 매니저(BM) 업무처럼 보였다. 그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적정 가격을 책정한 뒤, 생산 가능 업체를 찾아 계약하고 관리했다. 또한, 상품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홍보 문구 작성과 상세 페이지 제작,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광고 기획까지 담당했다. 또한 신상품이 나오면 PR기사도 써야 했다. 여기에 더해 10개가 넘는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입점시키고, MD들과 협력해 판매를 관리하며, 일부 쇼핑몰에서는 물류까지 담당했다. 매월 판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데이터를 집계해 보고하는 업무도 그의 몫이었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카피라이터가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디자이너가 상세페이지를 제작했으며, PR기사는 홍보기사 전문가에게 맡겼고, 광고 회사가 유튜브 광고를 제작했으며, 영업 부서가 판매를 맡았다. 사실 마케터인 브랜드 매니저는 기획과 전체적인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졸업생은 모든 업무를 맡기지도 못하고 혼자서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대학에서 충분한 훈련을 받은 뛰어난 졸업생이어서 그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주어진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 개의 제품을 위해서도 홍보 문구 작성에 하루, 상세페이지 제작에 하루가 걸렸고, 유튜브 광고 제작은 며칠씩 소요됐다. 신문 홍보 기사도 만들어야 했는데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를 제품 수십 개에 적용해야 했으니 매일 밤을 새도 끝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더구나, 회사에는 과거처럼 업무를 가르쳐줄 사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지도교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결국 AI 활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혼자서 모든 업무를 해낼 수 있게 되었다. AI는 전문가 수준의 광고 문구를 단 10분 만에 작성했고, 전문가 수준의 신제품의 신문 홍보 기사도 5분만에 만들어 주었다. 상세페이지 디자인도 1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광고 기획은 물론, 판촉 행사 계획과 매출 집계까지 AI가 빠르게 처리했다. 과거 3~4명이 해야 했던 일을 이제는 혼자, 더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었다. 그가 업무를 해결하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과거 여러 명이 맡았던 일자리가 하나로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은 사무직 생산성이 AI로 인해 10배 상승했다고 발표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영업사원 등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고 있다.
마케팅 교수로서 강의와 시험 내용도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기획 이론을 가르치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AI를 잘 다루는 학생들은 마케팅 이론을 하나도 몰라도 정말 훌륭한 마케팅 기획서를 단 10분 만에 작성해 낸다. 소비자 심리 분석과 마케팅 이론을 AI가 이미 기획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마케팅을 전혀 몰라도 AI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마케팅 기획서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AI의 혁신 속에서 우리 농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농업 분야에서도 AI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AI 활용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AI를 단순히 ChatGPT에 질문을 던지는 수준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을 전화와 문자에만 사용하는 것과 같다.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무직 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에서도 인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농산업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KT는 전체 직원의 1/6을 구조조정한다고 발표했고, 포스코, LG, SK 등 대기업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AI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AI가 이 인력감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하다. 지속적인 기업들의 인력감축을 활용해서 이제 수직농장과 같은 첨단 농업 분야로 이러한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AI는 양날의 검이다.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AI에 밀려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우리 농업도 AI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그 혜택을 누리는 길을 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