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수 기자
- 승인 2024.07.16 16:50
- 호수 3602
- 11면
2024-07-16 오후 3:16:00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4월 총선 이후 주춤하더니 또 시작이다. 폭우로 인한 농가 피해 소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이번엔 상추가 주요 방송·일간지의 타깃이 됐다. 폭우로 인해 도매시장에서 4kg에 3만9000원하던 청상추가 6만8000원대로 하루 만에 무려 77%나 올라 소비자 밥상엔 반찬대신 한숨만 가득하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채워졌다.
경기불황 속 농산물 가격까지 올라 답답해진 소비자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순식간에 퍼부은 물 폭탄에 정성껏 지어 온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 심정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전북과 충남, 경북지역 등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일순간에 농경지와 농작물을 삼켰다. 11일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밝힌 피해 규모만 농작물 침수 1만341.6ha에 농경지 유실과 매몰 136ha다. 이번 피해 농가 중에는 지난해 침수로 입었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애써 키운 농작물을 잃게 된 농가도 꽤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밥상 물가 운운하는 보도를 이 시점에 해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언론 보도에서 언급한 청상추 가격부터 한 번 따져보자. 보도 내용처럼 가격 급등 전이었던 11일,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청상추 4kg 상자 상품 평균 가격은 3만9016원이었다. 그러면 이 가격은 어느 수준이었을까? 지난해 같은 기간 4만7113원보다 한참 낮고, 최근 5년 가격과 비교해도 2020년 3만4038원 이후 최저 가격이다. 심지어는 이 3만9016원이 폭우 피해로 가격이 오르기 전 올해 기록한 최고 금액이었을 정도로 줄곧 시세가 낮았다. 1월 3일 올해 첫 경매에서 1만8062원으로 시작한 청상추 가격은 1월 2만958원을 제외하고는 6월까지 단 한 번도 월 평균 도매가격이 2만원을 넘지 못했다. 여기저기 물가가 올랐다고 난리인데도 상추의 경우 가격이 작년보다 낮았던 날이 훨씬 더 많다.
가락시장 상추 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충남 논산, 전북 익산 등지에 대규모 침수가 발생해 많은 양의 상추가 잠겼으니, 당분간은 높은 가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다 오랜 기간 다른 식재료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상추를 두고 자연재해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른 가격을 탓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공급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오르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애써왔던 농가에 격려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농가 입장에선 그렇지 않아도 벌이가 좋지 않았던 상추 농사를 이번 폭우에 통째로 잃게 된 것이다. 소비자 사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주요 언론에서 농가 상황에 대한 배려와 함께 농업 현장의 어려움에 더 관심 가져줘야 할 시기다.
우정수 유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