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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답보’ 정가수의매매 기지개 켤까

  • 2024-06-04 오후 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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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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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답보’ 정가수의매매 기지개 켤까

  •  고성진 기자
  •  
  •  승인 2024.06.04 14:29
  •  
  •  호수 3590
  •  
  •  5면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가 경매제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추진한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마련된 한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지정구역에 수입농산물이 놓여 있는 모습.
정부가 경매제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추진한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마련된 한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지정구역에 수입농산물이 놓여 있는 모습.

정부가 가격 변동성이 취약한 경매 중심의 농산물도매시장 가격 결정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추진한다.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와 중도매인 등이 거래하고자 하는 상품을 도매시장법인의 협상과 조정하에 가격·품목·물량 등을 결정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전국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22년 19%에서 2027년 25%로, 가락시장도 12%에서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 도매법인의 전담인력 확보를 의무화하고, 예약형 정가거래 비중을 평가에 반영해 거래 촉진을 유인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같은 처방이 정가·수의매매의 실질적인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물음표’를 갖고 있다.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비중 
지난 10년간 20% 수준 맴돌아


▲도입 10년 넘었지만, 실적은 ‘답보’ 상태=정가·수의매매는 2010년 배추 ‘파동’ 당시 가락시장 경락가격이 급등락하는 변동성 문제가 대두되자 이를 완화하고 거래방식을 보다 다양화해보자는 취지에서 검토, 2012년 8월 도입됐다. 이후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 지원을 투입했는데, 이런 노력과 정책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답보’ 상태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비중(물량 기준)은 도입 이후 10년간 2013년 11.3%, 2014년 16.1%, 2015년 19.2%, 2016년 19.4%, 2017년 21.3%, 2018년 23.4%, 2019년 22.9%, 2020년 21.8%, 2021년 19%, 2022년 19%로, 20%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4.3%로, 이보다 더 부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도매시장·공판장 간 전송거래나 수입농산물 증가 등을 고려하면 정가·수의매매의 실질적인 증가율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가격 변동성 완화 취지의 정가·수의매매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한 예로, 정가·수의매매 중 선취매매 형태의 비예약형이 많고, 예약형(도매시장 반입 전일 ‘실제 거래 24시간 전’ 거래가 확정된 경우) 비중이 많지 않다는 점이 이에 해당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2023년 가락시장 정가·수의거래 비중은 11.5%인데, 이 가운데 예약형 비중이 30.6%(비예약형 56.9%, 전자거래 12.5%)로 절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매시장 내부도 정가·수의매매가 정부 평가를 의식해 ‘목표치(실적) 달성’ 등 피동적으로 운영되는 정도에 그칠 뿐 적극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이 기저에는 산지 조직화 문제(‘정부 책임론’), 도매법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도매법인 책임론’, 중도매인이 경쟁보다는 기득권(카르텔)에 젖어 거래방식 다양화보다는 기존 경매 거래에 안주하거나 외부 매참인 참여를 막고 있다는 ‘중도매인 책임론’, 제도 이해 및 상호 간 신뢰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는 진단이 얽혀 있어 유통 주체들이 쉽사리 풀어내지 못한 채 흘러가는 양상이다.
 

가락시장 내 다른 도매시장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지정구역에도 대부분 수입과일이 자리하고 있다.
가락시장 내 다른 도매시장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지정구역에도 대부분 수입과일이 자리하고 있다.

“산지·중도매인 규모화 없인 정가·수의 거래 활성화 힘들어”

중도매인 최저거래금액 상향 현실화
도매법인 제3자 판매 허용 등도 필요

▲정부 대책, 이번엔 다를까?=정부는 관련법 개정과 평가 체계 강화를 통해 제도 활성화를 꾀한다. 도매법인의 의무와 책임을 지금보다 직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방향이다.

먼저 도매법인이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확보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을 올해 추진할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 말 농안법 개정에 따라 올해 하반기(7월 24일)부터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경매사의 업무에 정가·수의매매 업무가 포함되고, 정가·수의매매 거래 방법이나 절차를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예약형 거래 확대를 위해 평가 가중치 배점을 상향해 촉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는 시장별·법인별 거래 특성이나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어 현재 자율 목표로 돼 있는 상황이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의무 목표치를 설정해 최근 3개년 또는 5개년 평균치보다는 상향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검토 중”이라면서 “예약형 거래 부분은 가락시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전자송품장 확대와도 연동돼 있다. 품목이 확대되고 다른 도매시장으로 확산되면 반입물량, 반입시기 등의 정보가 데이터화돼 정가·수의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정부 대책이 정가·수의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정부 목표치인 25% 달성 여부는 온라인도매시장 실적을 포함할 경우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면서도, “도매법인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평가 반영 등 실적 관리를 통해 단기간 거래 확대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산지와 중도매인의 규모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정가·수의 거래가 원활하게 작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을 연구해온 학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온라인 거래 등 소비지 변화에 대응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가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하는 산지와 중도매인, 도매법인 모두 유인 동기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가·수의매매가 실제 작동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면 산지와 중도매인의 규모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지 조직화의 경우 정부 동력이 크게 떨어진 현실에서 조직화가 잘 되는 산지농협을 중심으로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고, 중도매인의 경우 10년 전과 변함없는 최저거래금액을 현실에 맞게 상향하는 방안 등 경쟁 촉진을 통해 규모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봤다.

중도매인의 월간 최저거래 기준은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중도매인의 경우 개인 4000만원(특수품목 2000만원), 법인 8000만원이며, 2012년 7월 이후 현재까지 12년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최저거래금액 기준에 미달할 경우 개설자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출하자 단체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가 도매법인과 일부 중도매인의 수입산 실적을 높이는 쪽으로 악용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면서 “도입 취지가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정가·수의거래 확대를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90% 이상인 일본 도매시장의 경우 중도매인이 대형 법인화돼 있고, 대형유통업체인 ‘매참인’ 참여가 활발하다. 우리는 중도매인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매참인 진입을 견제하고 있어 문제다”면서 “중도매인 규모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도매법인의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등 시장 내부 경쟁보다 시장 외부에서 경쟁 요인을 끌어올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고성진 기자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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