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진 기자
- 승인 2024.06.07 17:33
- 호수 3591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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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이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았지만, 소비 위축 영향으로 부진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올 상반기 촉발된 ‘금사과’ 여파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 과일 확대 정책이 국산 과일 소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6월 들어 중부(충청)권 수박 주산지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이미 출하 중인 전라권·경상권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수박 출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은 수박 반입량이 크게 늘어나는 6월 10일경부터 8월 15일까지를 여름수박 출하 성수기로 잡고, 산지 및 소비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락시장은 전국 농산물도매시장 중 수박 취급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수박 출하기 맞았지만 ‘국산 비싸다’ 인식에 소비 위축…도매시세 부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 수박 반입량은 5월 중순 이후부터 증가 추세다. 일일 반입량이 5월 중순 230톤 수준에서 5월 말 400톤대로 두 배 늘었으며, 6월 3일에는 660톤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출하 성수기를 앞둔 도매시세는 5월 하순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수박 경매가격(1㎏ 상품 평균가 기준)은 5월 16일 2931원, 5월 22일 3097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다가 이후 5월 27일 2554원, 31일 2135원, 6월 3일 2243원, 4일 2124원으로 떨어져 지난해보다 부진한 흐름이다.
서울 강서시장의 수박 경매시세는 더 처진다. 8㎏(1통) 기준 상품 평균가는 5월 29일 1만58원, 5월 30일 1만3067원, 31일 1만1911원, 6월 4일 1만3954원 수준이다.
전년 대비 시세 하락 원인으로 도매시장에서는 소비 부진 측면을 지목하고 있다. 소비 부진이라는 진단 속에서도 여러 요인이 언급되고 있다. 국산 과일이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이 소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입 과일 확대 영향도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락시장 서울청과의 김규효 경매사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침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예년과 비교했을때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수박이 안 팔린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금사과’ 논란으로 국산 과일이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무관세로 들어온 수입 과일이 지난해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국내 과일 수요를 대체한 측면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주도 무관세 직수입…바나나 수입액 58.5% 늘고 망고는 85.9%↑
수입 과일은 올해 물가 안정 명분으로 정부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무관세 직수입을 허용하면서 크게 늘어나 수입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바나나 수입액은 1년 전보다 58.5% 증가했으며, 망고는 85.9%, 파인애플은 74.2%, 오렌지는 30.7% 각각 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수입과일 28종(바나나·파인애플·망고·자몽·키위·아보카도·체리 등 신선과일 10종, 냉동딸기·기타냉동과일·과일주스 등 가공품 1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국내 과일 공급 부족과 제철 출하기가 아닌 상황에서 수입 과일을 들여오는 측면은 단기 처방으로 볼 수는 있는데, 수박, 복숭아, 자두, 포도 등 제철 과일이 나오고 있는 시기까지 기간을 연장한다는 측면은 국산 과일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위주 할인쿠폰 정책에 중소 마트·시장 구매력도 ‘뚝’
대형마트 위주의 할인쿠폰 지원 정책도 소비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서시장에서 수박 등 과일을 취급하고 있는 시장도매인은 “정부가 농산물 할인쿠폰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형마트가 집중적인 수혜를 본 반면 중소 마트와 전통시장은 소외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형마트 등은 할인지원된 농산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쓰면서 소비자들을 끌어갔고, 중소 마트는 소비자들도 줄고 가격 인상 분을 상쇄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 피해가 컸다는 얘기들이 많다. 이런 여파 등으로 중소 마트의 구매력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효 경매사는 “날이 더워질수록 여름 과일 소비는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돼 있어 소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국산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많은 데다 수입 과일 영향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국산 과일 소비 여건이 쉽지 않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6월 과채 관측에 따르면 6월 수박 출하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전년 대비 참외는 2%, 토마토도 4% 각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봄철 생육이 불안한 흐름에서 벗어나 산지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