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어민신문
- 승인 2024.05.31 17:35
- 호수 358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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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할인지원 끝난 후 제가격 찾게 되면
유통업체 가격인하 압박에 ‘농가만 피해’
안정 생산 가능한 농산물로 소비 유도를

모 지역 향토산업육성사업 계획을 평가할 때의 일이다.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할인판매 지원에 사용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당 상품은 원래 유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했지만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는 상품이었다. 한 마디로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왜 할인 판매행사에 사업비를 집중했을까? 답변은 간단했다. 싸게 팔면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도 소비자들은 그 상품이 싸다고 인식할텐데, 사업이 끝나면 생산자들은 계속 싸게 판매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럴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은 싸다고 인식하게 해서 결국 생산자의 미래를 망치는 계획이었다.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라면 고급화, 고가격화를 진행했어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도 만족시키고 생산자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위와 유사한 사례를 또 보고 있다. 바로 농할(농축산물 할인지원) 상품권이다. 올해들어 농할사업에 100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농할 상품권을 구매하면 지정된 신선식품에 대해서 20~3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지정된 품목을 보면 없어서 못파는 품목들이 많다. 당장 소비자들은 좋아할지 모른다. 또 급격한 가격인상으로 시장 기능이 마비될 때는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농할 지원의 확대는 소비자들도 불행하게 하고 생산자도 어렵게 만든다.
첫째, 장기적으로 가격의 등락폭이 커진다. 시장을 왜곡해서 상품가격을 싸게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인지 가격을 떨어뜨린다. 정부의 할인판매 지원정책이 중단된다면 당장 수요가 떨어지고, 소비자 불만이 늘어난다. 이는 정부의 정책 유무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더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생산자에 대한 유통업체의 가격인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유통업체는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할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어도 유통업체는 농할 지원을 받을 때 가격으로 판매하고자 한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자기 마진을 낮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농할 지원이 끝났을 때 그 부담은 모두 농가에서 지게되는 것이다.
셋째, 농할로 농축산물을 싸게 해주어도 정작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는 별로 변동이 없을 수 있다. 농할 지원은 정말 다양한 유통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농할 지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의 유통업체들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농할지원을 미끼상품으로 이용한다. 농할지원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이용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후 다른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 결국 대기업 유통업체를 방문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변함이 없다. 단지 농산물이 미끼상품,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농업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보면서 예산을 투자하도록 정책적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급측면에서 있어서는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스마트팜과 비축 확보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 불안정성에 따른 농산물의 생산량 변화를 공급 쪽의 조정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의 수요와 유통도 조정이 필요하다. 소비자 대상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호 상품이 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후식으로 과일도 좋지만 최근 20대와 30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 특히 쌀약과 같은 것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 상품 대신 소비자들은 생산량이 안정적인 농산물을 대체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할 지원은 주로 유통효율화가 가능한 유통, 사회적 약자인 유통에만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할 지원이 미끼상품이 되어 유통업자를 배불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 농할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유통업체를 배불리는 것이 아닌 우리 농업에 필요한 저비용 유통이 활성화되는 것이 결과로 남게끔 해야 할 것이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은 꼭 필요할 때 시행되면 정말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농축산물 할인지원은 마약성 진통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병원에서도 환자가 정말 긴급한 상황일 때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아니면 쇼크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 사용하면 마약 중독환자만 늘어날 뿐이다. 올해 너무 많은 돈들이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투입되었다. 우리 농업을 마약 중독자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길 정도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치료를 논의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