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관련기사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의무화…농가 “출하 포기할 판” 아우성

  • 2024-04-23 오후 5:28:00
  • 758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기사원문보기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957






한국농어민신문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의무화…농가 “출하 포기할 판” 아우성

  •  고성진 기자
  •  
  •  승인 2024.04.23 17:30
  •  
  •  호수 3580
  •  
  •  5면
 

현장|출하기 임박한 전북 고창 산지 ‘술렁’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전북 고창 성내면 ‘참살이작목반’이 강서시장에서 올해부터 추진되는 수박 파렛트 출하·거래 의무화 방침은 산지 대응 역량이 미흡한 상황인 만큼 강행할 경우 강서시장 출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시행시기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 고창 성내면 ‘참살이작목반’이 강서시장에서 올해부터 추진되는 수박 파렛트 출하·거래 의무화 방침은 산지 대응 역량이 미흡한 상황인 만큼 강행할 경우 강서시장 출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시행시기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찾은 전북 고창 성내면 흥덕농협 성내지점 앞. “서울시 수박 산지 박스·팰릿(파렛트) 출하 포장은 물가상승 폭등으로 소비부진 주범이다”, “서울시장은 수박 출하 성수기(5~7월) 5톤 차량 미포장 반입 금지를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 수박 농가들로 구성된 ‘참살이작목반’이 올해부터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포장)를 의무화한 방침에 대해 항의 차원에서 게재한 것이다. 5월 말 출하를 앞두고 있는 지역 농가들은 산지 여건상 파렛트 출하 작업이 여의치 않을뿐더러 해당 제도 시행으로 지난해까지 없었던 파렛트 작업비 및 물류비 부담이 늘어나 농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일방 추진을 중단하고 시행시기를 유예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강행 추진될 경우 강서시장으로 출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전전긍긍’ 속을 태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출하 경로 복잡해져 추가 비용만 증가, 농가 수익 감소 불가피

강서시장에서 파렛트 출하·거래를 의무화하면 성내 수박 농가들은 출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강서시장에서 올해부터 5톤 이상 차량(적재함 길이가 6.2m 이상)에 실리는 수박에 대해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시행 중이다. 적재함 길이를 늘린 3.5톤, 4.5톤 등의 ‘초장축’ 차량에도 적용되는데, 물류비 차원에서 적재 규모가 큰 차량(대부분 5톤)으로 출하를 진행해 온 고창 성내 농가들의 경우 당장 파렛트 작업이 어려워 최대 판로 중 한 곳인 강서시장 출하가 막힐 처지에 놓였다.  

기존 산물(바라) 출하는 산지에서 출하 작업을 한 뒤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이후 도매시장 안에서 선별·포장·하역 등이 진행되는 방식인데, 파렛트 출하의 경우 출하 경로가 복잡해진다.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기 전에 파렛트 작업과 선별·포장 등을 직접 하거나 별도의 선별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산지에서 선별장으로, 선별장에서 도매시장으로 가는 비용과 시간이 각각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선별장 작업 지연에 따른 품질 하락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파렛트 출하 시 산물 출하보다 적재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물량을 출하하려면 추가 화물차량을 비롯해 작업비, 물류비 증가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가 입장에선 지난해까지 발생하지 않은 ‘불필요한’ 비용만 늘어나는 셈이어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박석우 참살이작목반 총무는 “5톤 차량 1대당 바라 작업은 수박 1400~1500개(통), 파렛트 작업 시 800개 정도가 실린다. 이렇게 되면 파렛트 출하의 경우 차량이 1대 이상 더 필요해지는 것으로, (고창에서 서울로 가는) 단순 운송비만 해도 70만원이 더 늘어난다. 파렛트 작업비, 물류비 등도 더 소요된다”며 “그러나 수박 가격은 비용 증가에 비례해 오르지는 않는다. 추가 비용만 증가하니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성내 농가들은 파렛트 출하 전환 시 수박 1통당 1500~2000원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차량 1대 기준으로 최소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이다. 반면 파렛트 출하 지원 비용(공사·도매시장법인 부담)은 1대당 8만4000원(파렛트당 6000원, 14개 파렛트 적재 시) 등에 불과해 비용 증가 부담의 대부분이 농가에 맡겨진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렛트 출하의 경우 비상품 물량을 처리하는 데 애로가 있어 농가 수익 감소 요인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농가들과 같이 만난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인 청수농산 임완상 대표는 “파렛트로 출하하면 아주 굵은 과와 작은 과, 즉 2등품은 단가가 낮기 때문에 운송비용이 나오지 않아 산지에서 폐기처분해야 한다”며 “바라 작업의 경우 맛은 문제 없지만 크기 또는 규격이 다른 비품 물량을 식자재 마트 등에 저렴하게 판매해 농가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없어지게 된다. 도매시장 출하 물량은 감소하게 될 것이고, 산지는 도매시장에 보내지 못한 비품을 처리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했다.
 

출하 임박한 현장에선 “산지 여건 나몰라라 하는 탁상행정” 비판

고창 성내면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송민선 성내스테비아수박영농조합법인(스테비아수박작목반) 대표의 포전. 생산 규모가 제법 있는 작목반인 만큼 가락시장 출하를 위해 파렛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송민선 대표의 얘기다. 그럼에도 "작목반 출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이 가락시장밖에 없어 '울며겨자먹기' 심정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고창 성내면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송민선 성내스테비아수박영농조합법인(스테비아수박작목반) 대표의 포전. 생산 규모가 제법 있는 작목반인 만큼 가락시장 출하를 위해 파렛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송민선 대표의 얘기다. 그럼에도 "작목반 출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이 가락시장밖에 없어 '울며겨자먹기' 심정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고창 성내면 일대는 예전부터 포전거래보다 계통·공동출하를 통해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가 비중이 많은 곳이다.

흥덕농협 성내지점에 따르면 성내면 수박 재배면적은 140ha(약 42만평) 정도인데, 현재 기준으로 작목반 3~4곳이 70ha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70ha는 비작목반(포전거래)로 나눠져 있어 도매시장 출하와 포전거래 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시장 출하 비중이 70% 정도로 더 앞섰는데, 최근 들어 포전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화·인력난 등으로 노동력이 많이 요구되는 수박 농사가 어려워지고 물류비 부담도 증가함에 따라 작목반을 이탈해 산지 유통인과 포전거래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강서시장 파렛트 출하 의무화와 같은 조치가 생산 기반 악화를 더욱 부채질한다고 농가들은 보고 있다.

강성수 참살이작목반 회장은 “파렛트 작업은 비가 오면 산지에서 작업을 못 한다. 파렛트 박스 포장에 종이를 넣어야 하는데, 비에 젖어서 작업을 하기 힘들다. 반면 바라 작업은 비가 와도 포장을 쳐서 진행할 수 있다. 작업비도 비싸고, 작업 시간도 바라에 비해 파렛트 작업이 더 걸린다”면서 “물량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성출하기가 6~7월인데, 비가 2~3일 내리게 되면 파렛트 출하를 못해 수박이 넘치고 버려지는 물량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수 회장은 이어 “수년 전 가락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작목반도 파렛트 작업으로 전환했는데, 결국 중단한 바 있다. 작업비와 물류비가 증가해 수익이 줄어들자 농가들이 작목반을 이탈해 포전거래로 돌아서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단된 것이다. 많을 때는 작목반이 55농가까지 있었는데, 파렛트 출하를 하다보니 이탈 농가들이 많아져 지금은 20명 정도 남았다”라며 “사실상 그때 얻은 결론은 파렛트 출하 작업이 산지 여건에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성내 지역의 수박 농가들과 거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임완상 대표도 “파렛트 작업 역량이 안 되는 농가들이 많아 외부 선별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수박 성출하기에는 포전에서 날마다 수박을 수확하기 때문에 물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린다. 6~7월은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여서 가뜩이나 출하 작업이 지연될 여지가 많은 상황이고, 선별장도 포화될 수밖에 없다. 인근 선별장에서 소화를 할 수 없어 다른 지역의 선별장으로 옮겨가야 하는 등 성출하기 수박 산지는 ‘난리통’이 된다. 파렛트 출하 의무화는 이런 실정을 전혀 모르고 추진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김낙철 흥덕농협 성내지점장은 “올해 자체 선별장을 마련할 계획인데, 수박 성출하기인 3개월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9개월을 어떻게 가동할지도 문제다. 도매시장 관리 주체는 ‘파렛트로 출하해야 한다’고 하면 끝나지만, 산지에선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성출하기에 공급할 수 있는 파렛트를 확보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힘든 여건이다. 바라 출하에서 파렛트 출하 방식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파렛트 의무화를 강제하지 말고 산지가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량 이탈에 따른 시세 등락, 신선도 저하 등 소비에도 악영향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하는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수박 농가들이 흥덕농협 성내지점 앞에 게재한 현수막 모습.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하는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수박 농가들이 흥덕농협 성내지점 앞에 게재한 현수막 모습.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물류 효율화를 명분으로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석우 총무는 “우리처럼 물류비가 많이 들고 중소 농가들이 많은 곳은 대응 역량이 미흡하다. 작목반 임원이 아니라면 저도 포전거래를 하고 싶을 정도로 출하 여건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강서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의무화를 시행하면 강서시장 출하를 포기하고 인천(남촌·삼산농산물도매시장) 등 다른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다”며 “강서시장 물량은 줄고, 다른 도매시장은 물량이 늘어나 해당 시장의 시세가 하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산지도 출하 여건이 힘들어지니 수박 농사를 포기하거나 포전거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선도 하락 등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완상 대표는 “성출하기인 5월 말부터 7월까지는 온도가 굉장히 높다. 산지에서 새벽에 바라 작업을 하고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면 그날 저녁에는 소비자들이 수박을 사 먹을 수 있는데, 파렛트 출하의 경우 선별장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데 하루가 더 지나게 된다.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가락시장처럼 상권이 좋고 가격이 잘 나오는 곳은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추진할 수 있지만, 지방도매시장인 강서시장은 가락시장과 여건 자체가 다르다”면서 “강서시장의 경우 최상품은 아니더라도 중상품 이상의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차별화를 가질 수 있는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강서시장의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락시장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문제다. 수도권 시장 중 이미 가락시장과 구리시장에서 파렛트 출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농가들의 출하선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강서시장은 바라 출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수 회장은 “산지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들면 여름철 수박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산지에서 당장 파렛트 출하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강행 추진을 중단하고 시행시기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가락시장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수박 거래량이 많은 서울 강서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시장 내부에서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등 대다수 유통종사자들이 반입물량 감소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여기에 출하시기가 임박한 산지 우려마저 더해지는 등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시행시기를 늦춰달라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강행 추진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창=고성진 기자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기사원문보기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