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오후 5:05:00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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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산물 특성 반영 못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입력 : 2024-03-25 00:00
사과발(發) 물가 논란이 농산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특정 시기에 따른 생산과 소비라는 농산물의 계절적 특성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재배와 수확, 노지와 시설 등 작기와 재배형태에 따라 출하와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이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산물을 포함한 458개 품목을 지출 목적과 품목 성질로만 구분해 연중 동일한 가중치(고정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출하와 소비도 없는 농산물 품목이 물가지수에 산입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물가 가중치가 각각 1인 수박과 참외의 경우 겨울철에 생산과 소비가 거의 없지만 물가지수는 연중 똑같이 1씩 반영한다. 여기에다 통계당국은 계절 농산물이 출하가 되지 않는 기간은 ‘보합’ 처리라는 방식으로 가격을 산출하는데 이 역시 요지경이다. 해당 품목의 수입 농산물이 있으면 그 가격을 활용하고, 없으면 보합 대상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의 가격변동률을 계산해 제외 품목에 적용한다. 이로 인해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 것으로 계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과일값 강세 때 일부에서 생산농가들이 무슨 죄가 있는 양 몰았지만 농산물은 제조자가 가격을 정하는 공산품과 달리 소비자, 즉 시장이 결정한다. 휴대전화 1대 100만원, 설렁탕 한그릇 1만원으로 제조자와 식당주인이 가격을 올리면 그 가격은 고정된다. 하지만 농산물은 그날그날 출하량과 수요에 따라 시장가격이 형성돼 고정가격 자체가 없다. 그런데도 오른 변동가격만 부각시키면 극히 주관적인 소비자의 물가심리를 자극, 농산물이 물가인상 주범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여기에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품질개선 혹은 기술혁신도 반영되지 않는다. 공산품은 ‘신제품’ 혹은 ‘신모델’로 출시하면 모델이나 품질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순 가격 비교가 불가능해 대표적인 가격 인상 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농산물은 항상 ‘지난달’ 또는 ‘지난해’ 동기 가격이 비교 대상이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지난달 ‘오이’ 또는 지난해 ‘사과’와 품질이 같을 수가 없는데도 그렇다. 농가가 재배나 기술혁신을 통해 품질을 개선한 농산물은 공산품으로 따지면 신제품이나 신모델임에도 물가지수는 언제나 같은 기준으로 가격 등락만 따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