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현 기자
- 승인 2025.12.19 18:21
- 호수 3739
- 15면
2025-12-19 오전 9:51:00

[한국농어민신문 이두현 기자]

‘교각살우’, 소뿔의 모양새를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걸 경계하는 사자성어다. 올해 서울시의회에서 농산물도매시장을 손보겠다고 발의한 조례안들이 딱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발의된 두 건의 개정조례안은 각각 ‘파렛트 출하 촉진을 위한 유통인 대상의 조치’와 ‘관내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매달 비정기 휴업일 1일 도입’이 주된 내용이다. 해당 사안들은 농산물 생산자와 유통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비전문가’인 서울시의회에서 그야말로 일방적인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다.
섣부른 정책 도입의 부작용은 실제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유통인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시행된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산지와 시장 모두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서 규제가 강제돼 출하단계가 늘며 물류비용이 올라갔고 일부 상인과 생산자는 취급 품목 변경까지 고려하는 상황이 유발됐다<본보 2025년 9월 26일자 6면 참조>.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을 위한 휴업일 도입 역시 조례로 못 박기에는 성급한 내용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진행하는 시범 휴업이 채 10회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여전히 생산인과 유통인이 계속해서 협의하며 방향성과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사안이다. 유통인 내부에서도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정책이다<본보 2025년 12월 9일자 4면 참조>.
해당 정책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물류효율화, 도매시장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는 농산물도매시장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공감한다. 합의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동의하는 것이다. 즉,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소통과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정책이 도입될 수 있는 시설적, 제도적 여건을 충분히 조성하며 추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공사가 칼로 무 베듯 규제만 적용한다고 시장에 안착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가락시장은 서울에 있지만 서울만의 도매시장이 아니다. 가락시장에서 취급하는 농산물 거래금액은 지난해 기준 전체 공영도매시장의 35%를 넘는 규모로 전국 200만 농업인의 판로와 수도권 2600만명의 식탁을 책임지며 국내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제시한다. 도매시장 관련 정책과 규제를 도입하는 이들은 전후방에 끼칠 여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 편의적인 일방적 제도 도입으로 애먼 소를 잡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두현 유통식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