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4 오후 3:16:00출처 :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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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도매인 영업장 ‘명확히’ 분리해야…강서시장 시설 대변화 예고
입력 : 2023-10-04 18:58

서울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사이에서 발생한 불법 거래로 유통주체간 소송이 남발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같은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구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개설자인 서울시가 장벽 설치 등 실질적인 분리조치에 나서야 해 강서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대법, 영업구역 분리소송 서울시 상고 기각=최근 대법원은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강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조치 시행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인 서울시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강서시장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간 영업구역 분리조치를 둘러싸고 약 3년간 이어진 법적 다툼은 시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해당 소송은 2020년 강서청과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과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조례 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시에 강서시장 내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영업장소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농안법’은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안법’ 시행규칙에는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장소와 시장도매인의 영업장소는 업무규정에 따라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조례 시행규칙 또한 ‘법인과 시장도매인을 함께 두는 도매시장은 반입·반출 구역을 분리하거나 물류 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는 조례 시행규칙의 해당 조항이 2008년 조례로 신설된 후 2015년 조례 시행규칙으로 이관됐기 때문에 2004년 개장한 강서시장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물류 동선과 반입·반출 구역이 분리돼 있다며 강서청과의 분리조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강서청과는 시가 개설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소송했고, 2022년 7월 열린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시가 분리조치 요구를 거부한 것은 ‘농안법’상 의무 이행을 거부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라고 판결하며 강서시장의 영업장소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시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강서시장의 영업장소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항소를 기각, 강서청과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시의 상고로 이뤄진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및 상고 이유서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히며 시에 영업구역 분리 의무가 있다고 본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강서시장 유통주체 “서울시 영업구역 분리조치 이행 즉각 나서야”=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강서시장의 도매시장법인들은 시가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영업구역 분리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2020년 2년 동안 시장도매인 58개사가 중도매인 144개사와 농산물을 불법 거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규모는 637억6700만원에 달했다.
도매시장법인들은 이미 1심과 2심에서 강서시장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물류 동선이 겹쳐 불법 거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된 만큼 물리적인 분리조치를 통해 불법 거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강서시장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구역은 도로를 제외하곤 별다른 물리적인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강서청과 관계자는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불법 거래는 경매제 수요를 감소시켜 시세 하락을 이끄는 등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 행위”라며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시는 즉각적으로 분리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도매인 측도 법원 판결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는 2022년 적발된 중도매인과의 불법 거래에 대해 구매 고객에 대한 신분 확인 권한이 없고,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고의로 농산물을 판매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업구역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문호 시장도매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시장도매인들이 불법 거래의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실질적인 영업구역 분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출하자와 구매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영업구역의 물리적인 분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