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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의 농업 키워드 차이

  • 2023-08-01 오후 9:05:00
  • 905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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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한국과 유럽의 농업 키워드 차이

  •  한국농어민신문
  •  
  •  승인 2023.08.01 16:26
  •  
  •  호수 3509
  •  
  •  11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유럽 농정은 ‘지속가능성’이 최우선
우리는 농업 본질에 대한 논의 부족해
무엇이 목적이고 수단인지 살펴봐야

지구촌 농업과 식량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에 러우전쟁이 겹쳐진 이유가 가장 크다. 러우전쟁으로 지구 최고의 농토인 체르노잼(흑토)은 전차와 포차가 뒤엉킨 싸움터가 되었고, 식량작물인 밀과 유지작물인 해바라기 생산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5억5000만명이 이곳에서 밀을 공급받아 왔다. 

전쟁보다 더 큰 문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기후변화 속도다. 러우전쟁이 일시적 이슈라면 기후변화는 장기적 악재다. 전 세계가 폭염과 폭우, 산불과 가뭄에 시달리며 남북반구 양쪽에서 농업 생산량이 휘청이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도 올해 농업생산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폭우로 160만ha의 전체 농경지 중 5만ha 이상에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발표된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10년 이내에 옥수수 생산량은 24% 감소할 전망이다. 사료 작물인 옥수수가 감소하면 육류 생산 감소도 불가피 하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기후식량위기가 심해 질 것이라 데 있다. 

위기는 언제나 약한 고리부터 다가온다.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의 북동부, 소말리아 에디오피아, 지부티 등) 지역의 식량사정은 사상최악이다. 식량농업기구(FAO) 표현대로 극단적이고 광범위하며 지속적인 40년만의 최악의 가뭄에, 러우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가 겹쳐진 결과다. 세계식량기구(WFP)에 따르면 2022년 이미 전 세계에는 2억80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러우전쟁으로 5000만명이 급성기아에 처하게 되었다. 

사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각 나라가 느끼는 심각성의 정도가 달랐을 뿐이다. 인식과 준비의 정도는 각 나라의 농업 키워드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한국과 유럽의 농업 키워드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다. 

유럽의 농업 키워드는 단연 지속가능성이다. 유럽도 생산성과 농업이윤을 향해 매진했던 오랜 기간이 있었지만, 생산성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유럽 농업정책은 지속가능성 체크를 최우선으로 한다.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자연화(Wilding), 삶터(Life Platform), 순환 등이 유럽농정의 키워드들이다. 거의 모든 농업문건과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다. 지속가능성은 다시 생태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지속가능성, 세대적 지속가능성으로 접근한다. 생태적으로 환경에 복원 불가능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농업경영이 무너지지 않는 이윤을 보장해야 하며, 세대적으로 농업 후속세대에게 대물림이 가능해야 한다.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정밀농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가 될 뿐이다. 유럽농업에 정통한 전문가는 유럽에서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스마트기술에 대한 논의는 환경과 지속가능성 논의의 십분의 일이 되지 않는다고 전언한다. 스마트 기술을 지속가능 농업을 향한 여러 방법 중에 하나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키워드는 다르다. 한국의 농업 키워드는 스마트팜,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산업적 맥락의 기술용어들이 대부분 앞에 있다. 이런 수단과 방법을 활용하여 기후위기시대에 어떤 농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과 맥락이 빠져있다. 핫한 키워드들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정작 농업의 본질과 목적을 향한 논의는 부족한 것이다. 

유럽과 한국의 농업 발전단계와 경로는 분명 다르다. 유럽도 농업의 생산성과 산업화 논의를 한참 지나서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시간이 좀 더 지나 지금의 단계를 지나가야 농업의 목적과 본질을 키워드로 두는 시간이 올 듯하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 땅에서 농업을 지속하고 식량공급과 삶의 터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지 다시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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