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계욱 기자
- 승인 2023.04.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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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유성구 온천동에 사는 김미래 씨는 10분 거리에 있는 노은동농산물도매시장보다는 30분이 더 소요되는 오정동농산물도매시장을 자주 이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축산물 판매점이 없는 노은도매시장 보다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오정도매시장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개장한 노은농산물도매시장은 시장 종사자들의 오랜 염원인 축산물 판매장 입점을 두고 20년이 넘도록 대전시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도매시장이 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 구색을 갖추는 것이 기본인데 노은도매시장은 쇼핑의 기본 요소인 축산물이 빠져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처지인 셈이다.
대전시가 ‘검토 중이다’, ‘조례를 개정하겠다’ 등 말잔치로 일관하고 축산물 판매장 입점을 내팽개치면서 노은도매시장의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은도매시장은 유성IC, 세종시와 근접거리에 있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오정도매시장만 승승장구 중이다. 소비자들이 축산물 도매기능을 갖춘 오정도매시장을 선호한 탓에 노은도매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다못한 대전중앙청과 중도매인들이 나섰다. 지난 4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전시는 도매기능을 갖춘 축산물판매장 입점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중도매인들은 지난 20년이 넘도록 대전시의 ‘엉터리 말잔치’를 알면서도 눈감아 왔지만 이제는 축산물 판매장이 입점되는 순간까지 대전시와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사실 노은도매시장에 축산물 판매장 입점은 개장 당시인 지난 2000년 대전축협 입주가 확정됐다. 대전시도 지난 2002년 ‘수산물과 축산물도 경매하는 노은도매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2012년에는 대전시에서 노은도매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대전축협과 수의계약으로 입주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축산물 판매장 입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대전시가 지난 2015년 난데없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도매시장 관련 상가동은 농수산물 유통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대전축협과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지난 2016년 10월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은 농식품부를 찾아가 유권해석을 질의한 결과 관련상가동은 유통시설에 해당됨으로 축협과의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대전시에 확인까지 해줬다.
그러나 대전시는 2017년 3월 농식품부의 유권해석을 마쳤음에도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이 제출한 진성서 답변에 ‘농식품부 등 중앙부처의 유권해석 요청 및 조례 개정안 제출 등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이후에도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요구에도 대전시는 여전히 같은 답변으로 일관해 농업인, 소비자, 유통인들을 기만해 왔다.
특히 2017년 12월 대전시 조례 제62조 5항에 ‘농수산물 관련 상품 판매시설(신설)’만 추가하면 간단하게 매듭 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전시는 ‘제62조의2(농수산물 유통시설의 편의제공) 시장은 법 제17조에 따라 개설한 도매시장 부류 외의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유통시설에 대하여 법 제52조에 따라 생산자단체 등에 우선적으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로 조례를 개정헤 노은도매시장에 오전7시에 개장해 오후 8시에 폐점하는 축산물전문판매장을 입점시켰다.
노은도매시장에 입점한 축산물전문판매장과 노은도매시장 외부에서 영업하는 ㈜한백축산유통에서 판매하느 ‘잡채용 카래용 돈육’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한백축산유통은 100g당 650원에 판매하는 반면 노은도매시장 축산물판매점은 100g당 1,190원에 판매했다.
이처럼 엉터리 축산물판매점이 입점되면서 구색과 가격도 일반 소매점포 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다보니 도매 거래처는 물론 소비자마저도 노은시장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대전중앙청과 과일부중도매인 이진영 조합장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중 축산물판매장이 입점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노은도매시장 뿐이다”면서 “농식품부에서 명쾌하게 유권 해석을 받아왔음에도 대전시는 뚜렷한 사유없이 축산물 판매장 추진을 중단하고 있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따져볼 방침”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영 조합장은 “20년이 넘도록 ‘검토 중’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무한 반복하는 대전시의 행정 조치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중도매인들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대전시가 개설자로써 제역할 다할 때까지 무기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채소부중도매인 설승채 조합장은 “노은도매시장 종사자들이 축산물 전문매장 입점을 요구하는 것은 농산물도매시장 특성상 종합시장으로 거듭나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은 삼척동자로 아는 사실인데 대전시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노은도매시장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설 조합장은 “축산물 판매장 입점이 늦어지면서 결국은 중도매인들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중도매인들은 대전시가 어떠한 사유로 축산물 판매장 입점을 중단했는지 따져 물을 것이며 책임자를 반드시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 종사자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던 대전시는 일반 정육점보다도 못한 축산물 판매장 한곳을 입점 시켰지만 인근 정육점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탓에 이용자들이 거의 없는 실정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전시의 근본없는 행정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