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진 기자
- 승인 2023.03.03 18:49
- 호수 3470
- 5면
2023-03-03 오후 4:46:00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도쿄=고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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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일본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부응해 일본 정부가 도매시장에 대한 정책 기조를 공공성 추구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바꾸는 법제 개정에 이어 2020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도매시장이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다. 2월 21~24일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와 함께 일본 도쿄 토요스도매시장과 오타도매시장을 찾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일본 도매시장의 ‘오늘’을 살펴봤다.
<상>유통개혁 이후 일본 도매시장 변화와 흐름은
<하>가락시장 시설현대화에 주는 시사점은
‘각자도생’ 세태 속 구조조정 가속…양극화·약육강식 체계로 재편 중

일본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일본 도매시장은 생존 경쟁을 위한 ‘각자도생’ 세태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구조조정 부침을 겪는 등 변화를 맞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인수·합병 움직임으로 1시장 1법인 추세가 많아지고 있고, 법인 파산으로 지방도매시장이 문을 닫는 폐장 사례(홋카이도 2곳-2020년·2022년, 효고현 1곳-2022년)까지 나타나면서 현지 도매시장 관계자들의 위기감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시장 방문에 동행한 도매시장 전문가는 “일본 도매시장법인은 적자가 굉장히 심해 합병을 많이 해 왔다. 합병 규모는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목표로 이뤄지는데, 이 정도가 돼야 산지 및 소비자와 교섭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11월 말 요코하마시 중앙도매시장의 긴코청과가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았는데 일본 관련업계에선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8년 개정된 도매시장법이 2020년 6월 시행된 이후 업계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향후 도매시장 질서가 양극화, 약육강식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개정법은 도매시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 등을 대폭 축소한 것이 골자인데, 궁극적으로 일본 정부가 도매시장의 정책 기조를 공공성 추구에서 효율성 중심의 완전한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인식에서다. 개정된 세부내용은 기존의 도매시장 인가권한, 도매법인에 대한 허가권한 등을 시장개설자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표면적인 법 개정 의도는 규제 완화 일환이었지만 실제 시장과 정부 여건을 보면 속내는 정부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지역과 시장에서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도매시장 전문가는 “앞으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 공설과 민설도매시장의 경계는 점차 사라지고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도매시장이 공익적인 기능을 가진 시장인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짚었다.
도매법인(중도매회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화에 대해서도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토요스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인 씨티청과 타츠야 모리 전무이사는 “회사가 2002년 합병을 했다. 두 개 회사가 합병을 하니 지금처럼 전체 매출액이 줄어드는 추세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단점은 도매시장 내 두 개 회사가 있을 때는 경쟁이 있었는데 하나로 합쳐지니 경쟁을 덜 한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처럼 1시장 1법인 체제로 재편되면 시장 내 법인 간 경쟁은 옅어지고 도매시장 간 경쟁 양상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산지-소비지 교섭력 높아져 도매시장 경유율 급락…물건확보도 애로

대형 유통업체와 소매 채널의 영향력 확대로 도매시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표면적으로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일본 도매시장의 속사정은 훨씬 복잡해 보였다. 치열해진 생존 경쟁에 따른 위기의식과 함께 도매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역력해 보였다.
무엇보다 이는 도매시장을 둘러싼 대내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다. 청과물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도매시장의 입지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청과물의 도매시장 경유율은 과거 최대 87%에 달했는데, 2019년 기준 53.6%(수입품 포함)까지 떨어졌다.
산지와 소비지의 교섭력 증대로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은 거래 비중이 커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오타시장의 도쿄청과(동경청과) 마사유키 토미타 사업부장은 “일본 정부는 산지 농가의 법인화를 장려하고 있는데, 이 법인들이 연합체를 결성해 직접 소비지와 거래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면서 “도매시장 경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도매시장 유통도 대도시와 대형 도매시장 중심으로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씨티청과 관계자는 “산지에서도 시장을 골라 농산물을 출하한다. 지역이나 주변 시장이 아니라 몇 개 거점 시장에만 물건을 내고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주변 시장들은 물건을 못 받아서 수도권 시장에서 전송거래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 전문가는 “약 20~25년 전 일본 도매시장도 지금 우리처럼 성장하고 있었는데, 현 시점에서 매출액이 올라가는 회사는 동경청과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동경청과는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며 “국내 도매시장도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시장과 비슷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락시장으로 출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수도권 외곽에 있는 시장들은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전송받는 일들이 더욱 많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수익률 악화·매취거래 증가 ‘부담’…물류 기능 강화로 돌파구 모색

일본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는 국내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도매시장의 90% 이상이 경매를 통해 농산물 가격이 결정되는 반면 일본은 상대매매(정가·수의매매) 비중이 90%를 웃돈다. 규모화된 산지와 소비지의 교섭력이 크다보니 도매시장의 수익률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산지 및 소비지 유통 환경 변화와 연계해 정가수의매매 거래 등이 늘면서 위탁 판매보다는 매취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도매법인(도매시장)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츠야 모리 씨티청과 전무이사는 “산지가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산지 공급량도 줄고 있는데 도매시장법인 수가 많다보니 법인 간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다보니 법인이 이익률 압박을 받고 취급액도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소비지는 고령화와 1~2인 가구 소비가 주류를 이뤄 가격 저항이 심한 편이다. 이 때문에 유통비용 리스크를 도매시장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쿄 오타시장은 도매시장의 물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경매와 달리 정가수의매매 거래로 인해 농산물이 도매시장 내부에 체류하는 시간이 많아 시장 내 물류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마사유키 토미타 도쿄청과 사업부장은 “우리가 연간 57만톤의 채소 물량을 취급하고 있는데, 시장으로 반입하지 않고 산지에서 소비지 마트로 직송하는 비중이 24%에 달한다. 물류 공간 부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고 물류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 부분을 앞으로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도쿄=고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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