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에서 3차 시범휴업이 진행 중이다. 휴업일은 토요일에 월 1회로 한정하고 과일 성출하기인 여름철은 제외하는 게 골자다. 1차 시범휴업이 2023년 11월에 시행됐으니 시장은 3년째 ‘휴업 중’인 셈이다. 이 정도면 시범휴업이 아니라 정기휴업으로 불러도 무방한 상황이다.
최근엔 이 제도에 대한 이름 붙이기가 화두가 됐다. “주 5일제가 아니니 주 5일제란 용어를 쓰지 말자” “실제로 쉬는 건 월 1회니 월 1회 시범휴업이라고 부르자”는 말들이 공공연히 오간다. 그중 가장 황당한 건 ‘개장일 탄력적 운영’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애호하는 이 표현은 본질을 흐리기 딱 좋다. ‘탄력적’이라는 표현 안에 월 1회 휴업과 주 5일 영업을 모두 녹일 수 있다. 뭐든 ‘시범사업’ 형태로 ‘탄력적으로’ 해보다 영 안되겠으면 철회하면 그만이라는 계산이 깔린 말이기도 하다.
이름표 논쟁 속에 정작 중요한 것은 빠졌다. 시장 개장일을 감축했을 때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다. 개장일 축소 논의가 처음 제기됐을 때 농가들은 출하 지연에 따른 상품성 하락을 가장 걱정했다. 특히 딸기·토마토·오이·참외처럼 저장성이 약한 품목을 출하하는 산지엔 치명타일 수 있어서다.
산지도 내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쓴다. 그렇기에 가락시장 유통인의 근로 여건 개선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례가 상당하다. 중도매인들이 시장 안팎에 내건 펼침막 속 글귀인 ‘인간다운 삶’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농가들이 원하는 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유통인은 자체적으로
주 5일 근무하되, 농산물 거래와 물류는 기존처럼 주 6일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 산지·시장에 저온저장시설을 늘려 휴장일 미출하 물량의 상품성을 최대한 유지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같은 실질적 대안에 관한 논의는 좀처럼 회의 석상에 올라오지 않는다.
‘개장일 탄력적 운영’이란 표현이 악질적인 건 대안에 관한 논의를 수면 밑으로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개장일 감축을 원하는 중도매인에겐 ‘언젠가는 주 5일 영업이 실현될지 모른다’는 희망 고문이요, 출하 지연에 따른 상품성 저하와 경락값 하락을 걱정하는 농민에겐 기약 없는 폭탄 돌리기다.
계획대로라면 3차 시범휴업은 내년 4월까지다. 3차 휴업을 마치고 나면 가락시장은 또 어떤 이름표를 달고 다음 카드를 꺼낼까.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