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관련기사

[기고] 달걀 가격과 유통 문제, 도매시장이 해법이다

  • 2026-09-07 오후 4:17:00
  • 5

출처 : 농민신문



기사 로고
[기고] 달걀 가격과 유통 문제, 도매시장이 해법이다
입력 : 2026-09-07 18:27
15면_기고_김병율

우리나라 달걀 가격 결정과 유통시스템은 후진국형이다. 이런 유통구조에서는 수집상이 농가를 순회하며 물량을 확보한 뒤, 도매상이나 소비지 식료품점으로 직접 운송해 가격 흥정을 거쳐 판매한다. 현재 달걀 유통은 952농가 대비 중간 수집 유통업자가 3773곳으로 너무 많다. 게다가 유통업자가 농가에서 달걀을 수집해 공급한 지 4∼6주 후에나 가격을 확정하는 사후정산(후장기) 거래 관행도 남아 있다. 불투명한 거래가격, 유통업자의 일방적인 정산 가격 결정권 앞에 농가는 교섭력을 잃고 휘둘리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 생기기 전인 1970∼1980년대 수집상·위탁도매상 중심의 낙후한 농산물 유통관행과 흡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표준거래계약서를 제도화해 후장기 거래를 없애기로 했다. 또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실거래가격을 발표하는 체계를 만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산지가격을 조사하고, 정부 주도 가격검증위원회를 두어 달걀 가격과 유통을 관리할 계획이다.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언론과의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달걀은 매일 5000만개가 유통·소비되고 소비기한이 짧은 데다 이동 중 파손도 많아 도매시장 거래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도매시장 유통은 단계가 늘어나 유통비용이 추가된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기존의 ‘산지 달걀농가-수집 유통업체-소비지 업체’ 유통방식을 유지하되, 거래와 정산을 투명하게 만드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한다. 정말 제대로 된 진단이며 제시하는 해법으로 달걀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후진적인 유통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다.

달걀은 소매점에서 신선채소·과일 등과 함께 매대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므로, 도매시장에서 구매할 때도 함께 거래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전국 수많은 수집상이 달걀을 농가에서 매입해 소매점·식당에 일일이 공급하는 물류·거래 비용과 깜깜이 거래와는 비할 바가 못된다.

도매시장에서 경매나 정가·수의매매가 이뤄지면 채소와 마찬가지로 거래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해지고 다음날 정산이 가능해진다. 또한 거래 정보를 정확·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어 생산농가는 거래 교섭력이 낮은 상태에서 굳이 수집상과 거래할 필요가 없다. 소매점 역시 도매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게 되므로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기 어렵게 된다. 소비자도 가격과 거래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유통단계가 추가됨에 따라 도매시장의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도매시장의 본질적인 순기능을 고려하면 거래 수수료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도매시장은 투명한 가격 결정, 대량 물량의 신속한 분산과 정산, 정보 공개와 수급조절이라는 순기능이 막대하다. 경매 가격의 급등락문제는 전일 가격 기준 경매나 가격안정대를 설정해 운영하면 완화할 수 있다.

전국 도매시장에서 달걀이 거래된다면 각 지역의 중소형 마트, 요식업소, 급식업체 등이 주요 구매자이기 때문에 매일 원하는 물량을 가까운 도매시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달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물론 대형 유통업체나 대량 수요처는 산지생산업체나 달걀유통센터(GP)에서 대량으로 공급받는 것이 유리해 도매시장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도매시장은 기존 시장과 차별화된 거래가 가능하다. 또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율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