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자료

[일본도매시장을 가다] ‘가격 발견’보다 ‘물류기능 고도화’로 기능 재편

  • 2026-06-12 오후 5:17:00
  • 47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우정수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4931

 







[일본도매시장을 가다] ‘가격 발견’보다 ‘물류기능 고도화’로 기능 재편

  •  우정수 기자
  •  승인 2026.06.12 19:25

일본 도매시장을 가다 (상)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마루나카청과의 정온시설 내부. 도매시장에 반입된 물건 중에서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품목이 먼저 이곳으로 입고된다.
마루나카청과의 정온시설 내부. 도매시장에 반입된 물건 중에서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품목이 먼저 이곳으로 입고된다.

정부 규제 완화·시장 자율성 확대
경매서 물류 중심으로 기능 전환
저온 보관·배송체계 구축 집중
시설 집약화로 운영 효율 높여

우리나라 농산물도매시장이 상장거래제를 기본으로 한 일본의 농산물도매시장을 참고해 만들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국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모태도 일본의 ‘도매시장법’으로, 일본은 우리나라 도매시장 운영과 농산물 유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일본 도매시장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시장 기능이 농산물 ‘거래’에서 이제는 보관·저장·운송 등 ‘물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과 함께 변화하고 있는 일본 도매시장의 모습을 살펴봤다.

▲일본 도매시장의 핵심 키워드, ‘물류 효율화’=일본 정부가 농정개혁의 일환으로 2019년 ‘도매시장법’을 전면 개정하고, 이듬해인 2020년부터 시행하면서 일본 도매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개정한 도매시장법의 핵심은 ‘시장제도의 자율화’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 민간주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완화해 거래방법 및 시장운영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일본 지바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일본 도매시장 유통전문가 아사누마 스스무 FD서플라이연구소 대표는 “도매시장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일본 도매시장이 변했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완전히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법 개정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시장 개설자가 각종 평가 등을 통해 실질적인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도매시장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도매시장의 기능 변화다. 일본 도매시장도 전통적으로 농산물 거래를 통한 가격 발견에 중점을 둬 왔는데, 최근에는 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사누마 스스무 대표는 “과거의 도매시장은 경매라는 거래를 통해 적절한 가격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산지에서 들어온 농산물을 저온상태로 유지하고 소비지에 원활하게 배송해 줄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거래 수수료 수익에 한계를 느낀 일본 도매시장법인들의 경쟁력 확보와 수익구조 다변화 측면에서도 물류기능 확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도매법인 수수료는 채소가 8.5%, 과일이 7% 수준인데, 여기서 산지출하장려금과 중도매인 장려금 등을 지급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0.7~0.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매시장의 물류 기능 강화는 시설 정비와도 맞닿아 있다. 농산물 입고와 배송 등 물류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도매시장을 정비하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시장 면적을 최소화 하는 ‘컴팩트화’가 큰 흐름으로, 채소·과일 등 품목 구분 없이 한 공간에 모든 기능을 집약시켜 물류 기능은 고도화하면서 부지는 더 작게 만드는 게 일본의 시설 개선 방향이다. 여기에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의 경영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현대화 과정에서 채소와 과일, 엽채류와 근채류를 구분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아사누마 스스무 대표는 “일본 이즈카시 공설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시설을 정비하면서 6만4000㎡의 면적을 2만8835㎡로 줄였지만 물류기능은 더 고도화 시켰다”라며 “시장 사용 면적이 줄면서 도매법인이나 중도매인들이 시장·시설 사용료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일본 농산물 물류 주요 거점···자회사로 물류·가공 수익 창출

요코하마시장센터에서는 정온시설에 마련한 농산물 가공 공간에서 농산물 저장·배송뿐만 아니라 가공·소포장까지 처리하고 있다.
요코하마시장센터에서는 정온시설에 마련한 농산물 가공 공간에서 농산물 저장·배송뿐만 아니라 가공·소포장까지 처리하고 있다.

물류 거점 역할 수행, ‘요코하마 중앙도매시장’=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요코하마 중앙도매시장은 일본의 농산물 물류에서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요코하마 도매시장의 ‘마루나카청과’는 아직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공동배송 등 일본의 트럭 운전기사 노동시간 규제로 비롯된 ‘광역 시장 간 연계 모델’에서도 한 축을 맡고 있다. 정가·수의거래 등을 통해 확보한 농산물을 상온·냉장·냉동 기능을 갖춘 정온시설에서 보관했다가 요코하마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으로 공급하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지만, 도매시장 간 농산물을 연계해 주는 물류 기능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도매시장 내부도 상품 보관과 배송이 이뤄지는 거대한 물류기지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루나카청과는 물류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도매시장에서 차량으로 30분정도 떨어진 ‘요코하마 남부시장’에서 자회사인 ‘요코하마 시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또한 상온·냉장·냉동시설을 갖췄는데, 농산물 입고·저장·배송뿐만 아니라 가공(전처리), 소포장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급하는 과일·채소류의 주요 거래처 중 한 곳이 일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다. 호사카 겐토 요코하마시장센터 유통가공부장은 “시장센터에서 취급하는 물량의 60%는 마루나카청과에서 가져오고, 마루나카청과에서 취급하지 않거나 더 품질이 좋은 물건은 다른 곳의 농산물을 활용해 상품성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양파를 보관하고 있는 요코하마로지스틱스 내부. 이 회사는 농산물 보관 및 소분·배송 등 물류 기능에 특화 돼 있다. 
양파를 보관하고 있는 요코하마로지스틱스 내부. 이 회사는 농산물 보관 및 소분·배송 등 물류 기능에 특화 돼 있다. 

남부시장의 한 쪽에는 물류 기능에 특화한 ‘요코하마 로지스틱스’가 자리 잡고 있다. 요코하마 로지스틱스도 영하 20도에서 영상 20도까지 농산물을 보관 가능한 정온시설을 보유했는데, 이 회사 역시 마루나카청과와 같은 ‘마루나카그룹’의 자회사다. 다만, 요코하마 로지스틱스에선 농산물 가공이나 소포장 업무는 하지 않고, 입고된 농산물을 보관한 후 거래처 점포별로 소분해 배송하는 물류만 담당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루나카그룹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 구매업무는 마루나카청과가 맡고, 소매나 외식업체 대응은 시장센터라는 자회사가, 수요가 늘어난 물류 대행 업무는 로지스틱스를 만들어 수익구조를 다변화 해 놓은 것이다. 요코하마 로지스틱스 관계자는 “농산물 거래보다 물류 기능을 강화하다 보니 고객사인 소매점의 매출이 늘어나면 일거리가 많아져 수익성이 좋아지고, 소매점 장사가 안 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라며 “소매점과 운명 공동체적인 성격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이 도매시장법인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산물 거래 수수료 외에 다양한 수익 창출 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번 일본 도매시장 방문에 동행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마루나카청과의 경우 농산물 도매거래 외에 자회사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면서 기존의 도매 기능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라며 “일본은 도매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한 덕분에 도매법인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도매법인들이 도매시장에서 시설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부분 제도적인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바·요코하마=우정수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우정수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4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