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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매시장을 가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자리잡아···소비지 요구에 산지 응답

  • 2026-06-16 오후 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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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농어민신문(우정수 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028

 







[일본도매시장을 가다]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자리잡아···소비지 요구에 산지 응답

  •  우정수 기자
  •  승인 2026.06.16 17:44

일본 도매시장을 가다 (하)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토요스시장 관계자가 내부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폐쇄형으로 건립한 토요스시장은 상품 특성에 맞는 적정 온도 관리가 가능하다. 
토요스시장 관계자가 내부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폐쇄형으로 건립한 토요스시장은 상품 특성에 맞는 적정 온도 관리가 가능하다.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정가·수의매매’가 90% 이상으로, 경매보다 월등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정부 차원에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예약형 정가·수의매매’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일본 상황을 들여다봤다.
 

소비지 요구에서 비롯된 정가·수의매매
정부·시장 개설자 개입 없이 거래 수량만 보고···시장에 오래 머물어 정온시설로 신선도 유지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는 농산물 산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전에 물량, 등급, 가격 결정 기준을 확정하는 거래 형태다. 그만큼 정부는 경매보다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2025년 5.4% 수준이었던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포함시켰다. 실제로 일본에선 도매시장법인들이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를 활용해 소비지와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및 거래를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의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는 농산물 수급조절이나 가격 변동성 완화 등 도매시장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우리나라와 역할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의 농산물 유통 전문가인 아사누마 스스무 FD서플라이연구소 대표는 “일본도 과거 산업화 겪으면서 도시로 인구가 몰렸고, 자연스럽게 도시 소비가 증가해 채소·과일가게가 기업화 됐다”며 “농산물 판매 기업들이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많은 양의 농산물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 받길 원하면서 사전에 물량 확보가 가능한 정가·수의매매와 유사한 거래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1971년 도매시장법을 제정하면서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를 의미하는 ‘예약 상대매매’를 공식화했고, 이는 일본의 다른 농산물 거래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지에서 확보한 농산물을 창고에 바로 입고시킬 수 있는 유통 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상물분리’를 허용하게 됐으며, 도매법인이 산지 물량을 미리 받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매수 집하’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아사누마 스스무 대표는 “일본의 농산물 구매자들은 안정적인 공급은 원하면서도 재고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한다”라며 “이러한 소비지의 요구에 도매법인과 산지가 응하고 제도적인 문제도 해결되면서 예약형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시장 개설자들이 거래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는 않는다. 산지와 언제, 어떻게 거래했는지 거래 사실을 모두 기록에 남기게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도쿄 중앙도매시장 토요스시장 관리부의 히로타카 오노자키 씨는 “농산물 거래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정가·수의 거래 시 수량만 개설자에게 보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가·수의매매 확대는 일본 도매시장의 시설 개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매시장에 반입된 농산물이 거래와 함께 바로 이동하는 경매와 달리 정가·수의매매의 경우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매시장에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온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특히 식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폐쇄형 시설로 건립한 토요스시장의 경우 기본적인 내부 적정 온도 관리는 물론, 농산물 보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800톤까지 농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수직 형태의 ‘입체창고’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매시장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가 일반적인 일본 도매시장에서는 농산물 품질 관리에 정온창고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정온시설이 없으면 ‘온도 관리가 안 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어 소비지와의 거래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요코하마 도매시장(위)과 도쿄 오타 도매시장 내부의 정온창고 모습.
요코하마 도매시장(위)과 도쿄 오타 도매시장 내부의 정온창고 모습.

 

정가·수의매매 기본은 ‘산지조직화’
산지서 공유하는 정보 기반 수급조절·가격 지지 기능 수행···우리나라도 산지 교섭력 높여야

일본에서 만난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정가·수의매매가 안착한 이유 중 하나로 ‘전국농협연합회(전농)’를 중심으로 정비돼 있는 산지조직화를 꼽았다. 산지조직화 덕분에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고른 품질의 농산물 공급이 가능하고, 작황 등 산지 정보가 도매시장과 원활하게 공유된다는 것이다. 일본 마루나카청과를 보유한 마루나카홀딩스의 우치야마 다케히로 관리부장은 “일본에서는 산지에서 기본적으로 정확한 정보가 올라오고 그 정보에 근거해서 거래하는 파트너들이 많다”라며 “조직화된 산지 시스템을 도매시장에서 잘 살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산지조직화에도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채소가격안정제’라는 강력한 유인책 덕분에 전농을 중심으로 한 산지조직화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사누마 스스무 대표는 “일본은 농산물의 60%를 농협이 컨트롤 하는데, 농가에서 채소가격안정제 혜택을 받으려면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협을 중심으로 조직화가 돼 있어야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라며 “채소가격안정제와 산지조직화, 농협을 통한 농산물 출하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산지조직화를 토대로 한 일본의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이 농산물 수급조절과 산지 가격 지지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바라다 다카키 마루나카청과 관리팀장은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확보한 물량은 보통 3일 내에 정리가 이뤄진다”라며 “원래는 전량 당일 상장이 원칙이지만 출하량 쏠림과 이로 인한 산지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물량을 3일 동안 나눠서 정리하되, 정산은 처음 입고한 날 기준으로 모두 처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일본과 다르게 산지조직화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서는 거래 참여 농가 발굴 및 교육 등에 도매법인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일본 도매시장 방문에 동행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지의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요구를 산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서는 거래에 참여할 생산자 섭외와 설득 등 산지 교섭에 도매법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법인들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일정부분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요코하마=우정수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우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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