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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마케팅’의 힘

  • 2024-10-15 오후 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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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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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관계적 마케팅’의 힘

  •  한국농어민신문
  •  
  •  승인 2024.10.15 15:39
  •  
  •  호수 3625
  •  
  •  11면
 

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SNS·온라인몰로 농가-소비자 직접 연결
신뢰 기반 수요 조절·가격 안정 가능
과거 방식의 물량 확보·실적 홍보 벗어나야

‘김치를 왜 이렇게 조금만 줄까?’ 얼마 전 단골 순댓국밥집에 갔을 때 학생들이 투덜거렸다. 배추 김치의 원산지를 살펴보니 국내산이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요즘 배추 가격이 비싸진 이유를 설명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니 식당 주인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또다시 ‘배추 대란’이 뉴스의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매년 불안정한 기후 때문에 무언가 부족하거나 과잉 생산되며 대란이 발생한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첫 번째 방법은 배추가 부족할 때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농가의 공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재배 면적을 조절하거나, 산지 폐기와 비축을 통해 물량을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팜을 보급해 기후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두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정책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대안은 없을까? 타 산업의 마케터들이 활용하는 전략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번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흥미로운 방법이 하나 있다.

필자의 지인 중 한명은 과수 농사를 짓는다. 그는 풍작이든 흉작이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 이유는 단골들에게 직접 판매하며, 이들과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풍년이면 시장 가격이 떨어지지만 단골들은 그를 돕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좀 더 비싸도 구매해준다. 반대로 흉작일 때는 단골들에게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판다. 단, 생산량이 적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다. 조금씩만 구매하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관계적 마케팅이라고 불린다. 단골 고객과 신뢰를 쌓으며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반면, 도매시장 경매처럼 단순히 해당 상품의 품질에 따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은 거래적 마케팅이라고 한다.

관계적 마케팅은 1980년대 말 등장해 빠르게 확산됐다. 거래적 마케팅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중시했던 이 전략으로 인해서 상품의 가격은 안정화되고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관계적 마케팅을 지향했던 공산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와 가상의 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쌓았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들은 구매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금방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농산물 유통 시스템은 여전히 거래적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지 않고 중간 유통 과정에서 관계를 끊어버렸다. 바로 도매시장의 경매시스템이 생산자-소비자와의 관계를 끊는데 큰 일조를 했다. 도매시장 경매를 거치며 배추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고, 오직 품질과 가격만으로 평가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산지조직이 브랜드 배추를 시도했지만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를 돕는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브랜드를 통해 더 비싸게 팔기만을 원했기 때문이다. 계약 재배 또한 관계적 마케팅의 한 형태이지만 한계가 있었다. 계약 물량이 늘어날수록 특정 대량 소비 업체들은 가격이 비싸졌을 때 혜택을 보겠지만, 도매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가격 변동이 더 커졌다.

그러나 지금은 농산물 유통도 SNS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온라인 유통은 가격 진폭을 줄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상인들이 가격 변동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과 달리 농민과 소비자들은 안정적인 가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생산자-소비자의 관계를 형성하여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이 열어주는 새로운 기회들은 도외시한채 과거 방식의 물량 확보와 실적 홍보에만 급급하여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다른 산업에서 개척한 농가소득 보장과 가격안정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깝다. 수요를 조절하지 못한 채 일부 품목의 유통비용이 줄이면 가격진폭만 더 커질 뿐인데, 수요가 아닌 유통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안타깝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배추값 상황을 이해한 학생들은 순댓국밥집에서 조금씩 김치를 먹었고, 결국 추가 김치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맛있게 식사를 마치며 단골집이 계속 영업할 수 있기를 응원했다. 배추가 비쌀 때 김치를 덜 먹는다고, 또 과잉 생산 때는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아무 문제도 안생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와 이해가 가격과 수요의 안정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관계적 마케팅의 경험들을 정책에도 도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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